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선수들의 도박과 관련해 경찰은 내달 초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현직 선수 5, 6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법적 처벌은 물론이고 구단과 한국농구연맹(KBL)의 징계가 뒤따를 것이다. KBL부터 나서 적극적으로 단죄하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프로농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감독이 가담했을 경우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과거 국내외 다른 종목의 사례를 봐도 그랬다.
문제는 감독이 주도한 승부조작 경기가 있었는지다.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 감독은 최근 KGC 사령탑을 자진 사퇴하면서 “소명에 집중해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5월부터 전 전 감독을 조사했다. 2개월 넘게 조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를 기각했다. 경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는 선수 기용에 관한 것도 있었다. 전 전 감독은 6월 말 경찰에 자진 출두해 “왜 2진급 선수를 투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입니다”라며 정색을 했다.
전·현직 감독들에게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물었다. 예외 없이 “당연히 그럴 때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져 주는 게 아니라 나중을 대비해 벤치 멤버를 내보내는 것이다. 그 선수들이 잘하면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형 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할 KBL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최강의 선수 기용’ 같은 선언적인 조항을 근거로 감독들의 경기 운영 방식을 제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프로농구 새 시즌에는 ‘최강의 선수 기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감독이 나올까.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스스로의 권한을 제한할 빌미를 줘, 제 발등을 찍는 지도자가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