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건설업만큼 지난 70년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말이 들어맞는 분야도 찾기 힘들다. 피란민 수용소 하나 제대로 못 짓던 대한민국은 원자력발전소, 고속철도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 건물 시공을 맡으며 ‘건설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주택 분양에 수익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 설계·엔지니어링이나 프로젝트 관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남아있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국의 건설업이 진정한 ‘글로벌 톱’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복 직후 열악했던 주거 환경은 6·25전쟁으로 더욱 황폐해졌다. 서울 개인주택 19만 채 중 15만6000채가 파괴됐을 정도로 전쟁의 상흔은 깊었다.
1961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행 이후 한국 건설은 본격적인 전환기를 맞았다. 1964년에 한국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인 서울 마포아파트(642채)를 시작으로 첫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1967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1971년) 등이 속속 등장하며 한국에 본격적인 아파트 주거시대를 열었다.
급격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집을 지어도 주택보급률이 하락하자 정부는 1988년 ‘주택 200만 채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조성에 나섰다. 이후 판교, 동탄 등에 ‘2기 신도시’를 선보이면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첨단 지하시설물 관리 시스템 등으로 무장한 ‘유비쿼터스 시티(U-시티)’가 현실이 됐다.

광복 직후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하나 변변히 없었던 한국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기점으로 전국 교통망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경기 용인시 신갈분기점 전경. 동아일보DB
▼ 사물인터넷 등 결합해 첨단 지식산업 거듭나야 ▼
‘건설 한국 매직’
○ 물량 위주에서 진일보한 질적 성장으로
70년간 한국 산업 발전의 중심에 섰던 건설업은 이제 물량 위주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 경기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수익모델’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건설 산업도 토목 사업에만 안주할 수는 없게 됐다”며 “건설업을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센서 장치 개발 기술 등에 기반을 둔 최첨단 지식산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실제 건축물을 만드는 하드웨어 시공에서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지만 설계, 유지관리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 등 이른바 ‘소프트웨어 건설업’에서는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저가 낙찰제로 대표되는 저가 수주 구조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8·15 특사를 통해 담합 건설사들에 대한 공공입찰 제한이 풀리긴 했지만, 기술력에 대한 평가 없이 가격만으로 공공공사 입찰을 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건설업의 발전도 어렵고 담합과 부실 공사라는 악순환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 공사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재 시장 구조가 지속되면 기술 경쟁력 약화로 향후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