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성능은 만족… 위협 운전 차량에는 아찔
본보 서동일 기자가 삼천리자전거 ‘팬텀 미니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 기자는 1주 동안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자전거 성능이 아니라 ‘배려 없는 도로 문화’가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삼천리자전거가 올해 4월 새로 내놓은 ‘팬텀 미니 전기자전거’(135만 원)로 일주일 동안 출퇴근해 봤습니다. 기자의 집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입니다. 동아일보 사옥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는 약 9km. 승용차로 20분, 대중교통으로 약 45분이 걸립니다.
전기자전거 출퇴근 시간은 50여 분으로 대중교통과 큰 차가 없었습니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3∼5일은 버텨 충전에 대한 압박도 적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는 ‘파스(PAS·Power Assist System)’였습니다. 페달을 밟으 때 누군가 뒤에서 부드럽게 밀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모터로만 주행하는 ‘스로틀(Throttle)’ 기능을 작동하면 언덕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기자전거 성능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전기자전거 출근 첫날, ‘운전자들이 배려해 주겠지’란 기대를 품고 출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양 옆으로 달리는 차들은 전혀 배려해 주지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경적을 울려 댔습니다. 일부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욕하고 위협 운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이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으로 달리는 것이었지만 이 역시 불가능했습니다.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얼마 달리지도 못하고 도로나 인도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곡예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차도로 달리자니 무섭고, 인도로 올라서자니 보행자와 부딪힐까 걱정이 돼 좀처럼 속도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도난 사고에 대한 걱정도 컸습니다. 전기자전거 속도와 작동 방식을 표시하는 계기반과 몸통 쪽에 있는 배터리는 ‘난 비싼 전기자전거’란 티를 팍팍 냈습니다. 누가 봐도 도난의 표적이 되기 쉬워 보였습니다. 퇴근길 저녁거리를 사러 잠시 슈퍼에 들어갈 때도 세워 둔 자전거가 걱정돼 서둘러 나와야 했습니다.
자전거 출퇴근을 결정짓는 요소는 자전거 성능이나 직장인의 부지런함이 아니었습니다. 자전거를 배려하는 도로 위 문화와 시민의 안전의식 수준이었습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