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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챔피언 ‘연구소기업’ 150곳 눈앞… 창조경제 엔진으로

입력 | 2015-08-18 03:00:00

[대덕연구개발특구 10년]<1>미래 이끌 기업들의 보금자리




《 대전 대덕연구단지가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2005년 발효된 ‘대덕연구개발특구 육성특별법’에 따라 연구단지는 첨단기술 사업화를 위한 혁신클러스터로 바뀌었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 등에 힘입어 특구는 광주 대구 부산 전북으로 확대됐고 추가 지정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특구를 통해 공공기술 사업화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창조경제의 주춧돌로 평가받는 ‘연구소기업’의 눈부신 성장이다. 향후 10년 내에 성공 가능성이 큰 연구소기업 100개 창업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10년간 연구개발특구가 이룬 성과, 그리고 전망과 과제를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는 2006년경 내수시장의 포화 등으로 고민에 빠졌다. 때마침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하던 ‘방사선 이용 고순도 정제 기술’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자본을 대고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에서 출자받아 새 기업을 만들었다. 2006년 3월 국내 1호의 연구소기업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렇게 탄생했다. 연구소기업의 플랫폼을 만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진흥재단)은 밀착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화장품 제조 나노기술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상용화되면서 창업 당시 13억 원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1739억 원으로 뛰었고, 올해 2월에는 코스닥에 등록됐다. 시가총액은 1조 원을 넘어섰다.

○ 창조경제 주춧돌 ‘연구소기업’ 150개 눈앞

세이프텍리서치 공인영 대표가 회사가 개발한 ‘선박운항 시뮬레이터’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공 대표는 “시스템 국산화로 외국 기업의 사후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역 정보 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런 ‘대박’ 성공에 힘입어 2006년 말 2개던 연구소기업은 지난해에만 43개가 탄생했고 올해는 7월 말까지 118개가 등록했다. 올해 말까지 150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3월 2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진흥재단이 대전 유성구 재단 청사에서 마련한 ‘연구소기업 100호 설립 기념행사’는 새로운 성장 모델 탄생의 축하연이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축사에서 “연구소기업이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다. 연구자 머릿속의 기술과 노하우가 연구소기업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결합하면서 국민의 성원과 지원에 보답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아람누리 등 10개 기업이 연구소기업 등록증을 추가로 받았다.

연구소기업은 공공연구기관 기술 사업화를 위해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기술지주회사 등이 자본금의 20% 이상을 출자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기업의 강점인 자본과 마케팅, 경영 능력이 공공 연구기관의 우수한 기술과 결합해 단순 기술 이전 방식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 세제 감면 혜택과 연구기관 합작회사라는 브랜드 효과도 강점이다.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 육성 특별법’ 제정으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최 장관은 “연구소기업들이 소위 ‘죽음의 계곡’(벤처기업이 창업 2, 3년 안에 맞는 위기)을 넘어 성장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생존율 2배, 고용률 9배 ‘히든 챔피언’

올해 3월 대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열린 ‘연구소기업 100호 설립 기념식’에서 새 연구소기업 대표들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연구소기업은 콜마비앤에이치 같은 합작 투자형 외에도 신규 창업형과 기존 기업 기술 출자형 등 3가지가 있다. 신규 창업형인 ㈜세이프텍리서치는 해양과학기술연구원 공인영(현 대표) 연구팀이 2012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20% 지분 출자를 받아 설립했다. 가상 환경에서 선박 항해 교육을 하는 ‘선박 운항 시뮬레이터 시스템 구축 사업’은 해외 업체의 놀이터였던 시장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해양교통안전진단 평가 사업’은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 평가 법제화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이뤄져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사업 첫해에 6억여 원, 이듬해에 4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비슷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공 대표는 “연구소기업이라는 성격 때문에 정부출연연구원 자격으로 할 수 없는 영리 활동도 가능해졌다. 소수의 유럽 기업이 장악한 세계시장에 동남아를 거점으로 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9년 설립된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제윤메디컬은 기존 기업 기술 출자형이다. 2014년 전북지역 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에서 ‘골절 방지 의복’과 ‘투벨트 트레드밀 보행 재활 훈련 장치’ 등의 기술을 출자받아 연구소기업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하지 근력이 약한 고령자와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의 골절 방지 복합 센서 기술과 낙상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 다른 합작 투자형인 그린모빌리티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경량 전기차용 구동모터 제어기 시스템’ 기술을, 이륜차 제조업체인 지엠티와 성림첨단산업 등이 현금을 출자해 우수한 성능과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스즈키와 혼다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진흥재단이 연구소기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64.9%로 일반 창업 기업(29.6%)의 2배를 넘었다. 창업 후 7년이 지난 기업의 고용은 35명으로 일반 창업 기업(3.8명)의 9배 이상이다. 임창만 진흥재단 기획조정본부장은 “모기업이 자본과 마케팅, 경영 능력을 갖춰 적극 지원할 수 있고, 기업 성공에 따라 배당을 많이 받는 기술 출자 연구소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성공률이 가장 높은 합작 투자형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구소기업 생애 전체 걸쳐 밀착 지원

미래부와 진흥재단은 내달 중순 구체적인 연구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기술 창업에 나선 연구원의 휴직 기간을 3년에서 최대 6년으로 확대했다.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신분을 유지 중인 세이프텍리서치 공 대표는 “바뀐 제도 덕분에 당분간 연구원을 그만둘지 고민하지 않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소기업 등록 취소 유예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등록 취소 지분 요건도 20%에서 10%로 완화했다.

진흥재단은 내달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비즈센터 등에 연구소기업지원센터를 열어 연구소기업 설립 촉진과 기술사업화 지원, 국내외 시장 진출, 자금 조달 업무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진흥재단 김차동 이사장은 “기술 발굴과 매칭, 비즈니스 모델링, 출자 기술 평가 등을 통해 연구소기업 설립을 유도하고 설립 후에는 상용화 기술 개발과 컨설팅 지원, 투자 연계까지 기업의 창업과 성장의 전 주기에 걸쳐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