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 10년]<1>미래 이끌 기업들의 보금자리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는 2006년경 내수시장의 포화 등으로 고민에 빠졌다. 때마침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하던 ‘방사선 이용 고순도 정제 기술’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자본을 대고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에서 출자받아 새 기업을 만들었다. 2006년 3월 국내 1호의 연구소기업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렇게 탄생했다. 연구소기업의 플랫폼을 만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진흥재단)은 밀착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화장품 제조 나노기술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상용화되면서 창업 당시 13억 원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1739억 원으로 뛰었고, 올해 2월에는 코스닥에 등록됐다. 시가총액은 1조 원을 넘어섰다.
○ 창조경제 주춧돌 ‘연구소기업’ 150개 눈앞
세이프텍리서치 공인영 대표가 회사가 개발한 ‘선박운항 시뮬레이터’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공 대표는 “시스템 국산화로 외국 기업의 사후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역 정보 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생존율 2배, 고용률 9배 ‘히든 챔피언’
올해 3월 대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열린 ‘연구소기업 100호 설립 기념식’에서 새 연구소기업 대표들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2009년 설립된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제윤메디컬은 기존 기업 기술 출자형이다. 2014년 전북지역 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에서 ‘골절 방지 의복’과 ‘투벨트 트레드밀 보행 재활 훈련 장치’ 등의 기술을 출자받아 연구소기업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하지 근력이 약한 고령자와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의 골절 방지 복합 센서 기술과 낙상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 다른 합작 투자형인 그린모빌리티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경량 전기차용 구동모터 제어기 시스템’ 기술을, 이륜차 제조업체인 지엠티와 성림첨단산업 등이 현금을 출자해 우수한 성능과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스즈키와 혼다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진흥재단이 연구소기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64.9%로 일반 창업 기업(29.6%)의 2배를 넘었다. 창업 후 7년이 지난 기업의 고용은 35명으로 일반 창업 기업(3.8명)의 9배 이상이다. 임창만 진흥재단 기획조정본부장은 “모기업이 자본과 마케팅, 경영 능력을 갖춰 적극 지원할 수 있고, 기업 성공에 따라 배당을 많이 받는 기술 출자 연구소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성공률이 가장 높은 합작 투자형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진흥재단은 내달 중순 구체적인 연구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기술 창업에 나선 연구원의 휴직 기간을 3년에서 최대 6년으로 확대했다.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신분을 유지 중인 세이프텍리서치 공 대표는 “바뀐 제도 덕분에 당분간 연구원을 그만둘지 고민하지 않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소기업 등록 취소 유예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등록 취소 지분 요건도 20%에서 10%로 완화했다.
진흥재단은 내달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비즈센터 등에 연구소기업지원센터를 열어 연구소기업 설립 촉진과 기술사업화 지원, 국내외 시장 진출, 자금 조달 업무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진흥재단 김차동 이사장은 “기술 발굴과 매칭, 비즈니스 모델링, 출자 기술 평가 등을 통해 연구소기업 설립을 유도하고 설립 후에는 상용화 기술 개발과 컨설팅 지원, 투자 연계까지 기업의 창업과 성장의 전 주기에 걸쳐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