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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라면 한봉지 10원 → 760원

입력 | 2015-08-18 03:00:00

[광복 70년/숫자로 본 대한민국 어제와 오늘]<7>소비자물가 어떻게 변했나




광복 이후 70년간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한 품목이 바로 라면이다. ‘제2의 주식(主食)’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라면을 한국 업체가 만들기 시작한 건 1963년 9월이었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인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온 삼양이 만든 삼양라면의 한 봉지 가격은 당시 10원. 1975년 농심 등 후발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라면시장은 1980년대 들어 황금기를 맞았다.

라면이 인기 있었던 건 맛도 맛이지만 저렴한 가격 덕분이었다. 정부가 물가 안정화 정책의 대표 품목으로 주목하는 바람에 삼양라면 값은 판매 20년 만인 1983년에야 봉지당 100원을 넘어섰다. 당시 쌀 1포대(20kg) 평균 도매가격이 1만6125원, 시내버스 요금은 120원이었다. 1986년 아시아경기에서 육상 3관왕을 거머쥔 임춘애 선수가 “간식으로 라면을 즐겨 먹었다”고 한 뒤 라면은 인고의 세월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원료가 고급화하면서 라면 가격은 450원까지 높아졌다. 2015년 8월 현재 라면 한 봉지 가격은 760원(삼양라면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이다. 여전히 한 끼 때우기용으로는 싼 편이지만 50여 년 전인 1963년과 비교하면 76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물가를 기준(100)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국 단위로 물가를 조사하기 시작한 1965년에 3.02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이 지수가 109.04로 49년 만에 약 36배가 됐다. 1965년에 1만 원이면 살 수 있었던 상품을 지금은 36만 원을 내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인 자장면 가격의 변화도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자장면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1963년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평균 25원이었다. 1960년대 초 서민의 곯은 배를 채워주던 5원짜리 ‘꿀꿀이죽’(먹다 남은 여러 음식을 섞어 끓인 죽)과 비교하면 몹시 비싼 음식이었다. 이런 자장면 값이 2000년에 2533원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4591원이 됐다. 1963년에 비해 값이 약 184배로 올랐지만 한 끼 식사 값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더이상 보기 힘든 ‘추억의 물건’을 현재 물건 가격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1945년 광복을 기념해서 만든 국내 최초의 담배 ‘승리’의 출시 가격은 3원, 1965년 ‘아리랑’ 25원, 1985년 ‘솔’ 450원이었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 이후 국산 담배 가격(4500원·에쎄 기준)과 비교하면 30년 동안 10배가 된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버스 토큰의 값은 1977년 12월 처음 도입 당시 현재 버스요금(1300원)의 2.3% 수준인 30원이었다.

세종=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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