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지방에 새바람] 서울보다 생활비 싸고 안정감… 경력직 지원자 우수인력 몰려
전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갔던 최모 씨(26·여)는 올해 1월 귀향했다. 고향을 떠난 지 약 7년 만에 최 씨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최근 전남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비싼 자취 비용에 늘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서울 생활에 진력나던 차에 평소 일해보고 싶던 공공기관이 고향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적극 지원했다”며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오니 마음도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른바 ‘귀향 취업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최 씨처럼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귀향하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기업에 취직하면서 귀향으로 심리적 안정감까지 생긴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귀향 취업의 장점이다. 생활비를 아껴 재산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을 고향으로 이끄는 이유다.
서울의 회계법인에서 9년간 일하다 고향인 전북 전주의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정모 씨는 “집값이 서울의 5분의 1도 안 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 정신적으로도 윤택해졌다”며 “여유로운 삶을 찾아 귀농하는 사람이 늘고 있듯 고향의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고향의 공공기관에 취업하려는 지방 출신 취업준비생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고향인 대구로 돌아가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 씨(26·여)는 “어차피 고향에서 취직할 거라면 취업 준비도 고향에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 대학가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경북대를 졸업한 뒤 신용보증기금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배모 씨(26)는 “금융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경쟁률이 높아 예전엔 꿈도 못 꿨지만 이제는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얘기를 친구들끼리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공기관 채용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등을 797개 직무로 체계화)이 도입돼 소위 ‘스펙’이 덜 중요해진 점도 고무적이다. 한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은 “학력, 토익성적보다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만큼 지방대 출신에게 취업문이 더 넓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