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 먹여살릴 新사업은… 무인車 〉 태양광 〉 탄소섬유”

입력 | 2015-08-19 03:00:00

[광복 70년][광복 100년의 미래/오피니언 리더 설문]분야별 제언<3>산업




‘기업은 무인화 및 스마트화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주력하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직 기업 대표와 경제연구소장 등 국내 산업 분야 오피니언 리더 10명은 향후 30년 뒤인 2045년을 대비해 신(新)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 이같이 주문했다.

○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 부족

오피니언 리더 10명 중 7명은 ‘2045년을 대비한 주요 그룹의 신성장 동력 준비 수준’에 대해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3명은 ‘못 하고 있다’고 점수를 줬다.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이는 1명도 없었다.

동아일보가 10여 개 주요 그룹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10대 그룹 중 30년 뒤인 2045년 신성장 동력에 대해 자신 있게 ‘이것’이라고 꼽은 그룹은 한 곳도 없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바뀌기 때문에 3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주요 그룹이 신성장 동력 준비를 잘 못 하는 이유’에 대해 ‘신성장 동력 발굴의 어려움’(7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단기 성과에 치중하기 때문’(20%), ‘신성장 동력 육성보다 성공 모델을 따라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10%) 순이었다.

○ 무인화와 스마트화가 강세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지만 주요 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은 2010년 바이오, 의료기기, 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설정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태양전지 사업을 종료하고 LED 사업도 축소하는 등 일부를 조정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기존 바이오, 의료기기, 자동차용 전지와 함께 사물인터넷(IoT)을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추가해 집중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의 이동 수단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스마트카와 자율 주행차, 친환경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 이에 맞춰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융합, 무인 주행,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력을 모으고 있다.

무인화 혹은 스마트화 관련 사업은 10개 주요 그룹 중 5개 그룹이 미래 성장 사업으로 꼽을 정도로 신성장 동력의 주류를 형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선박에 적용해 선박의 운항이나 안전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선박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군수 및 방위 물자 관련 사업이 많은 한화는 민간과 국방 분야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무인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한화테크윈은 8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석·박사 연구 인력이 역량을 집중해 지상용 감시 정찰 이동 로봇을 개발했다.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 대해선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2045년 신성장 동력 분야(2개 응답)로 무인 자동차 등 무인화, 스마트화 분야(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25%), 탄소섬유 등 신소재(15%), 바이오와 제약(15%), 친환경 분야(10%) 등 순이었다.

○ R&D와 정부 지원 필수

오피니언 리더 10명 중 4명은 현 시점에서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준비를 위해 해야 할 것으로 ‘R&D에 주력’을 꼽았고, 다른 4명은 ‘정부의 체계적, 장기적 지원’을 꼽았다. ‘신성장 동력 및 전략 관련 부서 강화’를 꼽은 이도 2명이다.

박소연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개발하는 주체는 기업이지만 정부의 지원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사업을 막는 규제들을 과감히 풀고 대규모 R&D에 대해 세제 혜택을 확대한다면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신성장 동력 관련 부서 강화를 주문했지만 주요 그룹들 중 전담 부서를 갖춘 곳은 많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경우 2009년 기존 신사업추진팀을 신사업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전담시켰다. 하지만 추진단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한 뒤 2013년 하반기에 해체됐다. 지금은 계열사별로 신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LG도 현재 계열사별로 성장 동력을 챙기고 있다. 다만 계열사별로 흩어진 R&D 조직을 통합해 2020년에 완공하는 ‘마곡 LG사이언스 파크’에 집결시켜 향후 LG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핵심 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 中, IT-로봇 등 10대 제조업 집중육성 ▼


해외의 신성장동력 발굴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거쳐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표적 정책으로는 일본의 ‘산업 활력법’을 꼽을 수 있다.

1999년에 제정된 이 법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세금을 줄여 주고 금융 지원이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단축해 주는 등 행정 절차를 쉽게 해 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제정 당시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에만 적용되다 2003년에는 설비투자, 2007년에는 기술개발, 2009년엔 저탄소·에너지 절감 분야로 지원을 확대하면서 기업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덕분에 도요타와 닛산 신일본제철 소니 산요 스미토모금속 등 일본 대기업들은 신속히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연구소는 67개 개별 연구소를 둔 독일의 대표적인 정부 연구소이자 유럽 내 최대의 응용과학기술 연구기관이다. 직원 2만3000여 명 대부분이 자연과학자나 공학자다. 연간 예산의 3분의 1은 독일 정부와 주 정부의 지원으로, 나머지 3분의 2는 민간 및 공공 분야의 위탁 연구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운영된다. 민간 분야로부터 받는 돈이 많은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응용 기술을 기업들에 제공할 동기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덕분에 2012년 기준 696건의 독일 발명품 중 499건이 프라운호퍼연구소 산하 기관 특허를 활용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로 기업을 스핀오프(분사)하는 것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는 출연연구소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받고 있지만 몇 년마다 기관장이 바뀌는 한국에서 수십 년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모험적인 연구개발(R&D)을 하는 프라운호퍼연구소만큼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중일의 산업 분야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과 일본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5월 국무원 주도로 10대 제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독일 일본과 같은 반열의 제조업 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로봇 및 항공·우주·해양 설비, 신에너지산업 등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한 후 경제산업성과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과 함께 협의해 다양한 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