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이런 분위기는 다음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화제를 모은 다음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에 뛰어든다고 하자 시중은행들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자”며 구애 공세를 펼쳤다. 순식간에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짝짓기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쏟아지는 러브콜에 고심하던 다음카카오는 컨소시엄 파트너로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을 정했다.
그러던 중 미래에셋증권이 16일 돌연 ‘기권표’를 던졌다. 미래에셋은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하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매력적인 사업인 건 맞지만 금융투자업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진출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런 발표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분위기다. 깊이 있는 검토 끝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정 인터넷 전문은행은 매력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국내 금융 판도를 뒤흔들 금융권의 ‘메기’가 될 수 있을까. 17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등을 이용한 온라인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40조 원을 넘어섰다. 1999년 인터넷뱅킹이 처음 도입될 때 은행 거래의 90%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이뤄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이는 현실이 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를 가를 열쇠는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 1호의 주인공과 금융당국이 쥐고 있다.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목말라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고 이들의 요구사항은 단순하다.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받아들일 것이다.
반대로 기존 인터넷뱅킹과 다를 게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그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또 금융당국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 등 이런저런 규제를 제대로 걷어내지 않는다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 박 회장의 결정이 옳은 판단이 될지, 아니면 후회할 패착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