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 아동복지학과 남녀 학생들이 농촌진흥청 부설 도담어린이집 아동들과 함께 야외할동을 하고 있다. 우석대 아동복지학과는 위탁 운영중인 도내 5곳의 어린이집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습하고 있다. 그 중에는 남학생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데 여자 보육교사가 하기 힘든 역할을 수행하면서 놀이를 통해 남자 아동들에게 성역할에 대한 교육도 하는 등 인기가 높다. 우석대 제공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이다능학생이 자원봉사 중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 농촌진흥청 내 부설 도담어린집에서 아동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도담어린이집에 아동들을 보내는 농촌진흥청 직원들은 도담 어린이집의 보육에 대해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날을 아쉽다고 할 만큼 어린이집을 좋아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석대 제공
여름방학이 한창인 8월 3일 오전 10시,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부설 도담 어린이집 2층 찬슬기반. 다섯 살 정효성 군과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온남기 씨(3학년)가 인형 놀이에 한창이었다. 효성이는 이빨이 가장 큰 상어 인형을 들고, 온 씨는 그보다 작은 상어 인형을 들고 힘을 겨뤘다. 효성이는 선생님 상어와 몇 번 부딪친 후 “내 상어가 더 힘이 세다!”라고 의기양양하게 고함을 질렀다. 상어 놀이를 하기 전부터 온 씨 주위에는 5, 6명의 아이들이 몰려들어 서로 놀아달라고 보챘다. 정신이 없을 만도 한데 온 씨는 아이들 모두와 눈을 맞춰가며 능숙하게 아이들을 다뤘다. 당장 어린이집에 취업해도 될 만했다.
온 씨는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도담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방학을 반납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장래에 어린이집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데, 미리 경험하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알아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지난해 8월 개원한 도담 어린이집은 154명의 농촌진흥청 직원 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보육교사는 원장을 포함해 17명인데 그중에는 남자 보육교사도 한 명 있다.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93학번 졸업생인 박수경 도담 어린이집 원장은 “남자 보육교사가 드물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5~7세의 남자아이들이 남성 보육교사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성(性)역할도 익히고, 여자 보육교사가 하기 힘든 역동적인 놀이를 통해 아동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지학은 아동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행복하게 자라도록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 보육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동복지는 사회복지 영역 중에서도 중요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동복지는 웰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학과를 만든 김경중 교수는 “어린아이 때부터 웰빙을 시작해야 하는데 부모관계, 가족복지가 모두 아동 중심으로 이뤄지므로 아동복지는 가족 전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학과는 유아교육학 보육학 가족학 상담학 복지학의 융합을 통해 가족 전체의 웰빙을 실현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갖춘 유일한 학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30년 전에는 전국에 2개 대학에만 아동복지학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4년제 대학에 20개, 2년제 대학에 15개가 있을 정도로 아동복지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동을 포함한 가족간의 웰빙을 추구하는 아동복지학의 수요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아동복지학의 비전을 밝게 내다봤다.
학과의 커리큘럼은 아동복지를 ‘휴먼서비스’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 2학년은 사회복지개론, 유아발달개론 등 가족과 아동, 사회에 대한 기초를 닦아주는 과목을 배우고, 3, 4학년은 정신건강론, 가족치료, 아동상담 등 현장에서 아동들과 직접 접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과목을 배운다.
학교 자체가 현장 실습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실습 인프라가 탄탄한 것도 학과의 큰 장점이다. 학생들은 학교 내에 있는 25년 역사의 우석어린이집에서 매일같이 아동들을 만난다. 1학년 때부터 자원봉사 형식으로 이뤄지는 어린이집 실습은 의무가 아니지만 거의 모든 학생이 기꺼이 참여한다. 서원경 씨(4학년)는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교내 어린이집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 있고,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 선생님들이 동문 선배들이라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줘 실습의 효과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3학년 1학기부터 학과목과 연계되는 실습을 이수한다. 3학년 1학기 보육실습과 겨울방학의 사회복지 실습, 4학년 1학기의 유치원 실습 등을 통해 현장 적응형 보육교사로 길러진다. 폴 아동상담센터를 운영 중인 85학번 졸업생 최달희 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15년 동안 경영했다.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출신 교사들을 많이 보았는데 졸업 후 바로 현장에 왔는데도 프로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론과 실습에 충실한 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아동복지학과, 유아특수교육과, 심리학과로 구성한 ‘차세대 휴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회환경 취약 영유아 지원 전문인력 양성 사업단’이 교육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단(CK-1)에 선정됨으로써 학과의 아동전문인력 양성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유아특수교육과의 취약계층 영유아 선별 및 평가, 심리학과의 영유아 발달 통합지원, 아동복지학과의 역기능가족 진단 및 평가, 위험사회와 가족 등 12개 교과목(30학점)이 3개학과가 연합해서 만든 과목들이다. 학생들은 이들 과목을 이수함으로써 좀더 능력 있는 아동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이승미 특성화 사업단장 겸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효과에 대해 “학생들의 인성개발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아동발달지도사, 아동발달평가사 등의 부가적 전문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고, 다양한 환경에서 실습할 수도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아동 돌봄 전문인력 양성과 선도적 시스템 구축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3년 전에 완성한 교육대학원, 일반대학원, 야간대학원 등 3가지 유형의 대학원 시스템도 학과의 자랑이다. 교육대학원은 유아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일반대학원은 아동복지학의 심화과정이며, 야간대학원은 가족복지 전공으로 특화돼 있다. 3개 대학원에는 39명의 석사과정과 10명의 박사과정 학생이 재학 중인데 상당수가 이 학과 졸업생들로 아동복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수진은 전임교수 8명과 겸임교수 2명. 전임교수는 아동분야 4명, 사회복지분야 2명, 가족복지분야 2명 등으로 ‘휴먼 서비스’분야의 전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겸임 교수는 현장 경험과 자신들이 맡고 있는 특수 전공을 가르친다. 8월 말 졸업예정인 서미현 씨(4학년)는 “교수님들 중 인간관계를 전공한 분들도 많아 밀도 있는 상담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면서 “유치원 교사가 되면 이때 경험한 것들을 활용해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돌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과의 장학금 지급률은 78%이고 평균 액수는 234만 원. 학과는 교육부 특성화사업으로 해마다 받는 3억 원 중 24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연 1200만 원의 동문장학금과 부속기관이나 위탁기관에서 주는 같은 액수의 근로 장학금이 있다. 특이 장학금으로는 학과 홍보에 적극 참여할 때 30만 원을 지급하는 학과홍보 도우미 장학금이 있다.
학과의 모집정원은 50명으로 수시에서 35명, 정시에서 15명을 선발한다. 2015학년도 수시합격자 학생기록부 성적은 평균 4.7등급이었고 정시합격자 수능 성적 평균은 4.96등급이었다.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한다. 이성희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균형 잡힌 성별 모델링을 구현하려면 남학생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남학생들은 취업에도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