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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변수에 9월까진 약세장… 코스피 1900선 밀릴수도”

입력 | 2015-08-20 03:00:00

차갑게 식는 국내증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人의 진단




올 상반기(1∼6월)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 증시가 차갑게 식고 있다.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 미국 금리 인상, 기업 실적 부진과 같은 대내외 악재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으로 환차손 우려가 커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큰 약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중국 경기 회복, 기업 실적 개선과 같은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다면 코스피가 다시 2,000 선을 뚫고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9월까지는 힘들다…중국 변수 여전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약세장이 최소 9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시점이 결정될 때까지 증시를 반등시킬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증시의 불안도 당분간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코스피는 1,900 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며,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하면 그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도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말보다 큰 폭으로 올랐던 만큼 강하게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보다 성장성에 기반을 두고 지수가 올랐던 코스닥은 하락장에서 대형주보다 충격에 대응할 힘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신흥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1조1441억 원을 빼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신흥국으로 분류돼 외국인 매도세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널뛰기를 반복하며 국내 및 아시아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 절하와 경기 부양책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런민(人民)은행이 18일 1200억 위안(약 21조9600억 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으나, 상하이종합지수는 6% 넘게 하락했다. 중국 정부 대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9, 10월까지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최대 소비 기간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와 10월 초로 예고된 중국 공산당의 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 전후로 중국 경기의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가을쯤 소비나 부동산 등 실물지표의 회복이 확인된다면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 금리 인상 후 반등 기대…3분기 실적 중요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이후에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증시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불확실성 때문에 자금을 회수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등 신흥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3분기(7∼9월) 국내 기업의 실적이 회복되고 중국 증시가 진정되면 코스피가 연말 2,100∼2,25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다. 3분기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기업 277곳의 3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34조977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5.7% 줄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대외적 투자환경이 개선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낮으면 투자를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그리스 문제가 다시 꼬여 유로존 위기로 비화할 경우 연내 주가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장기 투자로 가야…배당 소득에도 관심을


리서치센터장들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시세를 쫓는 단기 투자를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기 종목이나 단기 이슈에 휩쓸리기보다 실적이 개선될 기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수출주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일일이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기업에 투자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 수익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재 센터장은 “자동차, 의류 등 원화 약세 시 수혜를 받는 업종은 하반기 실적이 상승할 수 있다”며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도입되면서 배당을 늘릴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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