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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총장 직선제 회오리부나… 他국립대 파장 촉각

입력 | 2015-08-20 03:00:00

부산대 “직선제로 학칙 개정”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실시하려던 부산대가 재직 교수의 투신 사건으로 다시 직선제로 선회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국립대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19일 부산대 본부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총장 선거 방식을 현행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학칙을 개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자 대학 본관에서 회의 결과를 기다리던 교수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일부는 오열하기도 했다. 당초 국어국문학과 고현철 교수(54)의 갑작스러운 투신자살로 논의 과정에서 혼란도 예상됐지만 학교와 교수회 측은 불과 이틀 만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부산대의 발 빠른 합의는 다른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거국련)는 20일 부산대에서 총회를 개최한다. 부산대와 경북대 등 9개 대학의 교수회가 참가하는 거국련 총회는 당초 제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고 교수 투신 이후 급히 총회 장소를 바꿨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가 모이는 만큼 고 교수 투신과 부산대 결정이 총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를 제외한 전국 39개 국립대는 이미 직선제를 포기했지만 총장 선거 과정에서 교육부와의 충돌은 여전하다. 지난해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는 간선제로 뽑은 총장의 임용 제청이 거부당하자 “사유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 교수는 “직선제의 폐단도 많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간선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입맛에 맞는 총장을 좀 더 쉽게 앉히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선제로 뽑힌 총장의 경우 임용 거부가 훨씬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체육대는 간선제로 뽑은 후보를 교육부에서 4번 연속 퇴짜 놓자 정치인 출신을 총장에 임용해야 했다.

이번 부산대 결정으로 국립대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는 학교 안팎의 여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산대 학생회는 긴급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전국 국립대 학생회에 연석회의 소집을 요청하기로 했다. 부산대 민주동문회도 “총장 직선제 사수와 대학 자율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는 대학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고, 부산학부모연대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한 대학 총장 선거를 보면서 고인이 큰 번민에 휩싸였을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대학의 교육현장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정부의 실체를 봤다”고 비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