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 중구청은 2012년 3월 2130만 원을 들여 불고기단지 서쪽 지점인 옛 삼호교부터 동쪽 동강병원 주차장까지 2km 구간의 식당 100여 곳에 ‘번호간판’을 설치했다. 서쪽 처음이 1번, 동쪽 끝이 100번이다. 손님들이 식당을 쉽게 찾도록 한 조치다.
‘번호간판’이 설치된 이후 손님과 택시기사, 그리고 위치를 설명해야 하는 주인 모두 편리해졌다. 태화강대공원(53만여 m²)과 인접한 이곳은 번호간판 설치 이후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으며 손님이 크게 늘었다.
해결책은 있다. 태화강변 쪽으로 친환경 목제덱을 설치하면 기존 주차장은 그대로인 채 보행자 안전도 보장되고 편리하다. 덱 설치 장소도 벚나무 가로수 밑이어서 환경도 훼손되지 않고 가로수를 덮고 있는 흙 유실도 막을 수 있다. 이미 태화강변 곳곳에는 보행자용 목제덱이 설치돼 있다.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답이 무엇인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울산시의회 이성룡 의원은 “보행자 안전 등을 위해 태화동 불고기단지 앞에 목제덱을 설치해 줄 것을 울산시에 2, 3년 전부터 수차례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번호간판’이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울산의 명물을 만든 자치단체가 보행자도 보호하고 상권도 살릴 목제덱 설치를 머뭇거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얼핏 사소한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교통사고라도 난다면 태화동 불고기단지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 서양의 격언처럼 ‘악마는 항상 디테일(사소함)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