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로 용암이 지표면을 흐르다 차갑게 식는다. 멈춰 선 용암류는 갈기갈기 갈라지면서 암괴 지대를 형성하고 그 위에 숲이 형성된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용암 숲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 숲을 ‘곶자왈’이라고 불렀다. 숲을 뜻하는 곶, 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단어다. 곶자왈에서 땔감, 숯, 산나물을 얻고 소나 말을 방목했다. ‘숨골’로 불리는 용암함몰구는 지하수를 만드는 통로다. 주변은 연중 16∼18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이 때문에 남방계 식물은 물론 압록강 등지에서 자라는 골고사리, 큰톱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이 공존한다.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으로 훼손된 곶자왈은 2000년대부터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 ‘제주, 곶자왈’이 최근 출간됐다. 김효철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와 송시태 박사, 김대신 한라산연구원 연구사가 저자로 참여했다. 대표적인 곶자왈 전문가 3인방의 재능기부로 탄생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