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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조영달]통행료 챙기는 국민연금

입력 | 2015-08-20 03:00:00


조영달 사회부 기자

2012년 3월 경기 고양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고양나들목(IC) 요금소 앞. 차량 30여 대가 의정부 방향 4차로에 줄지어 늘어섰다. 차량마다 앞유리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고양IC 무료화’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운전자들은 모두 고양지역 시민단체 회원.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며 이날 ‘서행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100만 원권이나 10만 원권 수표, 10원짜리 동전으로 통행료 1000원을 지불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시위’로 요금소 주변에선 때 아닌 정체가 빚어졌다.

고양나들목에서 일산나들목까지 거리는 3.3km.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5분에 불과하다. km당 통행료가 303원꼴이다. 같은 외곽순환고속도로의 남부구간(일산∼판교∼퇴계원·91.4km) 평균 통행료(km당 50원)보다 6배 이상으로 비싸다. 이용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통행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일산∼의정부∼퇴계원·36.3km)의 지선요금소는 고양나들목을 포함해 모두 4곳. 통일로(1100원)·송추(1400원)·별내나들목(1400원)인데 남부구간과 달리 모두 통행료를 받는다. 본선의 양주·불암나들목에서도 각각 3000원, 1800원을 징수한다. 김포(900원)·시흥(900원)·청계(1000원)·성남(1000원)보다 많게는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남부구간은 출퇴근 시간대 최대 50%를 깎아주지만 북부구간은 이런 혜택조차 없다.

북부구간 통행료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도로 개통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본선요금은 2011년, 2012년 두 차례나 인상됐다.

수도권 교통난 완화를 위해 같은 목적으로 지어진 도로인데 북부구간만 이렇게 비싼 이유가 뭘까. 바로 운영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부구간은 정부가 직접 예산을 들여 지었고 북부구간은 민간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가 돈을 댔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민간사업자로서는 당연히 통행료를 비싸게 받아 수익을 내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서울고속도로가 매년 1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도 적자에 허덕인다는 점이다. 80%가 넘는 지분을 가진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차입금 1조2000억 원(선순위 8500억 원·후순위 3500억 원)에 대한 이자를 꼬박꼬박 챙겨가기 때문이다. 이자 수익만 1년에 1000억∼1500억 원에 이른다. 이자율도 매년 높아져 최대 48%까지 가져갈 수 있다. 결국 도로 이용자들이 공단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셈이다. ㈜서울고속도로가 높은 수익을 내고도 통행료를 인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단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금을 지급하고 각종 복지사업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준정부기관이다. 더 이상 국민의 희생을 강요해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일이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