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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쓴맛 본 엘리엇…해외 주식투자자들의 정치적 파워는?

입력 | 2015-08-20 15:03:00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이 주주총회에서 최종 통과됐다. 합병 안 가결 여부를 놓고 삼성 대 삼성물산의 2대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벌이던 힘 대결 역시 삼성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반대 측에서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여론전 및 압박전술을 펼치면서, 이 사안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한국 정부가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해외 주식투자자들의 정치적인 파워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는 정치학은 물론 경영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앤드류 커너(Andrew Kerner)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7개의 주요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신흥시장에서는 사실 정부가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와 정도가 상당히 크다. 투자금을 보호받고 안정적인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커너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주주행동주의’의 선구자격인 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이하 캘퍼스) 사례를 통해 해외 주식투자자가 정책의 변화에 미친 영향력을 조사했다.

캘퍼스는 브라질, 멕시코,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 27개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매년 정책 및 경제 환경에 대해 대행기관을 통해 평가했고 지배구조와 각종 규제항목, 그리고 사회 전반의 신뢰성 등을 평가해 1에서 3까지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2점 이하의 국가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개했다. 이러한 캘퍼스의 정책은 저소득 국가군에서 정부의 정책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국가들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외국 자본을 더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정부 정책 변화에 실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한 이 연구는 우리 정부와 대기업,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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