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정구부는 프로야구로 치면 삼성 같은 팀이다. 기량이 빼어난 선수들이 많아 1, 2년차 선수가 주전자리를 잡는 게 쉽지 않다. 고교 졸업 선수가 곧바로 에이스를 맡기도 하는 다른 팀과는 선수층 두께부터 다르다.
그런데 요즘 이 팀의 간판은 입단 2년차 김영혜(19)다. 김영혜는 올 시즌 개막전인 회장기 전국정구대회 여자 일반부 단체전 결승 복식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팀의 3-2 승리를 거들었다. 지난달 27일 끝난 대통령기에서는 단식 주자로 나서 팀의 정상 등극을 도왔다.
김영혜의 출장 기회가 늘어난 건 8년 동안 팀을 이끈 ‘에이스’ 김애경(27)과 주옥(26)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혜는 24일부터 안성에서 열리는 한국실업정구연맹전에도 팀의 에이스로 나선다.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김영혜도 지는 걸 싫어한다. 정구를 시작한 이유도 지기 싫어서였다. 서울 행당초 재학 시절 달리기 1등이었던 그는 새로 온 전학생에게 졌다. 그 친구가 클럽 활동으로 정구부를 선택하자 따라서 정구부에 들었다. 김영혜는 “그 친구는 힘들다고 금방 그만뒀는데 전 여기까지 왔네요”라며 웃었다.
유영동 NH농협은행 코치는 “김영혜는 마인드가 아주 긍정적이고 파이팅이 좋아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무서운 선수가 된다. 특히 발이 빠르기 때문에 단식에서는 분명 가능성이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고양=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