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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귀포 ‘예래휴양형주거단지’사업 수렁속으로

입력 | 2015-08-21 03:00:00

토지 강제 수용당한 토지주… 제주도-市상대 도시계획 취소訴
관광시설 포함 특별법 추진에 시민단체 반발 민민갈등으로 번져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리 추구가 주목적인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을 공공 성격이 요구되는 유원지에 인가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3월 내려진 이후 최근 광주고법 제주부는 이를 근거로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토지주 4명이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일부 공사에 대해 중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 판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제주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민민 갈등으로 번져

이들 토지주 등은 내친김에 제주도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주지법에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관련한 행정처분이 대부분 효력을 잃는다. 제주도와 사업 시행을 맡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고심 끝에 제주도특별법에 특례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 등 21명은 유원지시설의 범위에 관광시설을 포함시키고 유원지시설 사항을 제주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도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유원지의 범위에 공익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의 관광시설까지 추가해 사업 인허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에 부닥쳤다.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강민철 예래단지원토지주대책협의회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제주도특별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특별법 개정안은 유원지의 공공성을 죽이고 유원지를 사업자의 돈벌이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래동 지역 토지주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대책위원회는 이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수천억 원대 소송으로 도민 혈세가 낭비된다”고 반발했다.

○ 공멸은 피해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설립한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진행했다. 지금까지 2500억 원가량이 실제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자야그룹 측은 올해 법률 개정이 이뤄지면 사업을 재개할 뜻을 갖고 있지만 법률 개정이 지연되면 곧바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 금액은 물론이고 사업 취소, 건설사 계약 해지, 주식 하락 등의 손해를 합치면 청구 금액이 1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 JDC는 물론이고 고도 완화, 카지노 허가 등을 약속하며 행정절차를 진행한 제주도가 이를 갚아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률 개정이 수포로 돌아가면 휴양형주거단지는 유원지로 남는다. 토지주들이 땅을 돌려받더라도 농사 외에는 활용 가치가 사실상 없다. 유원지는 자치단체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JDC로서는 다른 개발사업을 할 수도 없다. JDC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률을 개정한 뒤 버자야그룹을 설득해 사업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방안밖에 없다. 내년 총선이 실시되기 때문에 올해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주민은 해결 방안을 마련한 뒤 이 지경까지 오게 한 제주도, JDC 관계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74만4205m²에 147채의 콘도미니엄, 230실 규모의 5성급 호텔, 메디컬센터, 박물관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3년 3월 착공 이후 10단계 사업 중 1단계로 147채의 콘도와 상가 96동을 짓는 공사를 진행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