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농(創農), 기업이 나선다]<1>CJ그룹
새로운 농작물 품종 보급과 재배방법 전수 등 기업이 창농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CJ제일제당이 새로 만든 콩 품종을 재배하는 농부 최진호 씨(위 사진)와 수수료 없이 전국의 우수 농산품을 소개해 주는 CJ오쇼핑의 ‘1촌 1명품’ 코너. CJ그룹 제공
최 씨는 “콩은 10월에 수확하는 작물이라 예전 품종을 길렀으면 지금쯤 인건비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기업에서 새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도움을 계속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은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종자 개량과 경작방법 보급 등에 나섰다. 모두 개별 농가가 자체적으로 해낼 수 없는 큰 틀의 농업 개량이다. 이렇게 기업이 상생 차원에서 쌓은 노하우는 기댈 곳 없는 초보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인이나 귀농 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
CJ제일제당이 개량한 품종은 콩 외에 쌀과 배추, 고추, 김 등 다양하다. 쌀 종자는 4년의 연구 끝에 쌀눈 크기가 기존 쌀보다 3배 정도 큰 ‘서농 17호’를 개발했다. 이 쌀 역시 전국 농가에서 기른 100t을 전량 수매해 즉석 밥 제품인 ‘햇반 큰눈영양쌀밥’에 사용한다. CJ제일제당은 회사 내 종자 개량을 본격화하기 위해 3월에는 별도 법인인 ‘CJ브리딩’도 출범시켰다.
농가들은 새로운 품종 보급보다 농사짓는 ‘기술’을 전수해 준 것이 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최 씨는 “처음 신품종 종자를 받을 때 CJ 기술개발팀에서 나와 밭의 토질 분석부터 재배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해 줬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우편물 분류 기계를 유지 보수하는 일을 14년 동안 했던 초보 농부다.
CJ그룹은 기업과 농가의 전통적인 상생 방법인 농산물 직거래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샐러드바 ‘계절밥상’은 2013년 브랜드 출시 이후 국내산 농산물 900t을 사용했다. 계절별로 오디와 우엉, 고대미 등 50종이 넘는 국내산 제철 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만들고 이를 농가 직거래로 충당했다.
CJ오쇼핑은 2007년부터 전국 각 지역의 명품 농산물을 소개하는 ‘1촌 1명품’ 운동도 벌이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홈쇼핑으로 소개하는 것인데, 판매 수수료와 방송제작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011년부터 경남 산청군의 딸기를 싱가포르와 러시아 등 4개국에 지원하는 사업을 벌여 지난해 8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