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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지름길은 국제표준 선점”

입력 | 2015-08-21 03:00:00

中企들 기술개발 초기 표준화 붐… “신뢰-인지도 올라 매출증대 효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만난 최환수 테크스피어 대표가 출입문 등에 적용되는 손 혈관인식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20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만난 바이오인식 전문기업 테크스피어의 최환수 대표는 ‘표준 전문가’로 꼽힌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2000년 창업한 최 대표는 2007년과 2010년 혈관 인식기술에 관한 표준 2건을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승인받아 히타치, 후지쓰 등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처럼 중소기업들은 요즘 표준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기업 사이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표준은 국가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표준은 제품의 성능 또는 안전성과 관련해 통일된 공인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일단 국제표준으로 인증되면 다른 메이커들이 이 기준에 따라 제품의 성능 평가 및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세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최 대표가 개발한 원천기술인 손 혈관 인식시스템은 손등 피부 아래 분포된 혈관정보를 적외선 광학시스템으로 분석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인식률이 99.98%나 돼 지문이나 홍채를 이용한 기술보다 크게 앞선다.

이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승인되자 손가락, 손바닥 인식기를 생산하던 일본의 소니, 히타치, 후지쓰 등이 이 기술을 따르고 있다. 테크스피어의 기술은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뉴욕 주 소방청, 멕시코 법무부의 표준 바이오인식 제품으로 채택되는 등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최 대표는 “국제표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기술개발 초기부터 표준화 작업에 몰두했다”며 “국제표준으로 등재되면 관련 특허 및 기업명이 수록돼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가 크게 향상되며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국내 강소기업은 테크스피어뿐만은 아니다. 희성소재와 중앙금속은 유해물질인 납에 대한 국제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주목해 친환경 용접 소재 특허 4종을 국제표준에 등재했다.

중앙금속과 함께 표준화 작업에 참여한 부품소재 전문기업 단양솔텍의 전주선 대표는 “특허표준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도구”라며 “국제표준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세계 각국에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널리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중소기업인 HCT가 개발한 ‘나노미세입자발생기’ 관련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기원 국가기술표준원 국제표준과장은 “중소기업의 새로운 표준특허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제표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