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후 두 차례 서부전선의 대북(對北) 확성기를 겨냥해 고사포와 직사포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은 155mm 포탄 수십 발을 북한 쪽으로 대응 사격했다. 도발 직후 북한은 “48시간 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했고,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우리 군의 피해는 없었지만 북의 추가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확성기 방송을 빌미 삼은 북의 포격 도발은 용납할 수 없는 책임전가 행위다. 4일 북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이 없었다면 우리 군이 11년 전 중단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남쪽에 지뢰를 매설해 우리 병사 2명에게 중상을 입히고도 남한의 자작 모략극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포격 도발까지 한 뒤 심리전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추가도발 명분을 위한 술책이다.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김양건의 말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이중 전략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첫번째 도발 뒤 1시간 정도 지나 대응사격에 나섰다. 북측의 사격지점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지만 '도발 원점까지 응징'한다는 다짐과는 거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포격 이후 2시간 여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하고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군은 만반의 대응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국군통수권자가 결연해야 군도 북한의 도발을 철저하게 응징해 국가를 지킬 수 있다. 지금까지 북의 도발에 제때 제대로 응징을 하지 못해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보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