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실형 확정]법정다툼 5년만에 유죄 최종판결
○ 동생이 쓴 1억 원짜리 수표가 발목
한 전 의원의 정치인생은 친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쓴 1억 원짜리 자기앞수표 한 장이 발목을 잡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1억 원짜리 수표를 한 전 의원 친동생이 쓴 사실을 결정적인 유죄 증거로 판단했다. 한 전 대표가 2007년 3, 4월경 한 전 의원의 아파트 근처 도로에서 캐리어에 현금 1억5000만 원, 5만 달러와 함께 담았다는 이 수표를 한 전 의원 친동생이 썼다는 점에서 3차례에 걸쳐 9억여 원을 줬다는 그의 검찰 진술이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당초 검찰에서는 돈을 건넨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다가 1심 재판 때부터 돌연 부인했다. 하지만 문제의 1억 원짜리 수표와 함께 한 전 의원이 2008년 2월 회사 부도 충격으로 입원한 한 전 대표를 찾아간 직후 2억 원을 돌려준 사실도 증거가 됐다.
○ 반전에 반전 이어진 사건
한 전 의원은 2009년 12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뇌물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이듬해 7월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한 전 의원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검찰 출석을 거부했다. 검찰도 이례적으로 직접 조사 없이 한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의원은 재판에서도 검찰 심문 때마다 성경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묵비권을 행사했다.
5만 달러 뇌물 사건이 2013년 3월 무죄가 확정되면서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야당 주장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도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되자 야당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진술밖에 없었던 5만 달러 뇌물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물증이 명백했다는 판단이다.
○ 민주투사에서 부패 정치인으로
검찰은 한 전 의원에게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구치소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한 전 의원 측은 “신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병원에도 가야 해 검찰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전 의원 수감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확정 판결이 나면 바로 구치소에 수감할 수 있지만 통상 유력 인사에겐 신변을 정리할 시간을 3, 4일가량 주는 게 관례다. 한 전 의원은 서울구치소로 갔다가 수형자 분류 작업을 거쳐 교도소로 옮겨진다. 한 전 의원은 1970년대 유신반대 투쟁을 한 민주투사로 2년 6개월간 훈장 같은 수감 생활을 했지만 두 번째 옥살이는 부패 정치인으로서 2년을 보내게 됐다.
한편 한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비례대표 22번인 신문식 전 민주당 조직부총장이 의원직을 승계한다.
조동주 djc@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