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투입 10년 걸려 2000년 개발 年매출 4000억… ‘세계일류상품’ 선정 부산 선박 부품업체서 빼돌린 듯 짝퉁 제품 수출 소문… 경찰 내사 착수
현대중공업이 쿠바 이라크 등에 수출하기 위해 개발한 이동식 발전설비에 장착될 ‘힘센엔진’이 울산조선소 엔진 공장에 진열돼 있다. 동아일보DB
20일 현대중공업과 경찰에 따르면 올 4월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의 도면이 유출돼 완제품까지 팔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회사 측은 유출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다 1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힘센엔진은 설계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해 제품을 보고 도면을 만드는 ‘역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힘센엔진의) 일부 도면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측에 유출 의혹을 제보한 것은 부산의 한 기계부품업체 관계자 A 씨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말 부산의 한 관련업체에서 엔진 설계 도면과 힘센엔진 모조품을 발견했고 사진까지 찍었다. A 씨는 “일부 부품에는 버젓이 HYUNDAI(현대)라고 쓰여 있어 힘센엔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고 기억했다. A 씨는 동종업계 관계자 여러 명으로부터 확인작업을 거친 뒤 유출 의혹을 알렸다. A 씨는 “원도면을 가진 현대중공업 측에 확인해야 범법 행위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수사기관보다 먼저 회사 측에 제보한 것”이라며 “힘센엔진은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모른 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힘센엔진은 국내 최초이면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선박엔진이다. 2001년 9월 1호기 생산 이후 현재 4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2004년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연간 매출액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문이 전 세계 대형 엔진 시장의 35%를 점유하게 된 이유가 힘센엔진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등 국내 대기업이 세계 선박용 엔진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힘센엔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독일 등 해외 업체의 라이선스를 받아 만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0년경 도면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현대중공업의 피해액은 최소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현재 내사 단계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