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은 수필가로 유명하다. 그의 수필집 제목은 ‘인연’인데, 이 책은 수필계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왜 그렇게 많이들 읽었을까. 피천득의 수필집에는 가난하지만 유복할 수 있는 비밀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란 것이 대단히 거창하지도 않다. 요약하자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자세가, 피천득이 강조하는 삶의 비밀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 참 쉽지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천득의 수필집은 계속 읽힐 것이다.
수필가일 뿐이랴. 수필집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데, 피천득은 선구적으로 딸 바보 아빠였으며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여기 ‘꽃씨와 도둑’은 시인 피천득의 재능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오늘의 소득은 수필가 피천득이 시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이 아니다. 수필에서 만난 비밀을 시에서도, 이렇게 다른 듯 같게 읽게 된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자.
여기 돈 냄새 따위는 전혀 없다. 그리고 이런 책과 꽃의 세계는 우리와 매우 멀다. 먼 것을 시가 왜 모를까. 아주 멀기에 ‘가깝고 싶다’고 시가 말한다. 더불어, 시를 읽으며 우리의 마음도 ‘가깝고 싶다’고 말한다.
나민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