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9>‘어린이 보호’ 철두철미
미국에서 어린이 동승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차를 모는 것은 신호나 주차 위반 정도가 아니라 형사 범죄로 취급된다. 잘못하면 수백 달러의 벌금을 물거나 재판에 넘겨진다는 것을 알게 된 아내는 벌금을 얼마나 물게 될지 걱정하며 며칠 동안 잠을 설쳤을 정도였다.
다행히 집으로 날아온 고지서에는 60달러(약 7만800원)가 부과돼 있었다. 외국인이고 범죄 경력이 없기 때문에 한 번만 봐준다는 취지였지만 또다시 같은 실수를 할 경우 벌금이 200달러라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아내뿐만이 아니었다. 엄마가 경찰에게 혼나는 것을 본 아들은 그 후 차를 타면 제일 먼저 안전띠부터 맨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보안당국은 코스트코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미니 밴에 아이를 혼자 방치한 혐의로 한인 여성 A 씨를 체포했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큰딸은 카트에 태워 건물로 들어가고 작은딸은 차에 둔 것을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량 유리창을 깬 뒤 땀에 흠뻑 젖어 울고 있는 아이를 꺼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온 A 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어린이 안전띠 미착용 벌금이 3만 원이라고 알고 있다. 그나마 단속도 거의 없지 않은가”라며 “어린이는 단지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어린 사람들’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끌고 갈 주인공들이다. 이들에 대한 존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높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