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유적 연구 82세 알 아사드 IS 점령직전 유물 수백개 옮겨… 온갖 협박에도 끝까지 비밀지켜 살해당한 시신 유적 기둥에 매달려
아사드는 18일 팔미라의 박물관 인근 광장에서 복면을 쓴 IS 대원에게 끌려 나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수당했다. 그의 시신은 팔미라의 고대 유적지 기둥에 매달려졌다. IS는 그의 참수된 머리를 동영상에 담아 19일 인터넷에 공개했다.
시신에 붙어 있는 팻말에는 ‘팔미라 우상들의 책임자, 해외 이교도들과 교류한 배교자’라는 붉은 아랍어 글씨가 적혀 있었다고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전했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팔미라 박물관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올해 5월 IS가 점령하기 직전에는 팔미라 박물관의 고대 입상 수백 개를 옮기는 임무를 총지휘했다. 하지만 그는 IS에 체포됐다. IS 대원들이 유물들을 대피시킨 곳을 알려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해도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양심에 반해서 행동할 수 없다”며 끝까지 저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IS가 대피시켜 놓은 유물들을 암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벌려고 그 행방을 찾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150마일 떨어진 팔미라는 고대 페르시아와 인도, 중국,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의 허브 도시였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19일 아사드의 비극적인 죽음을 ‘끔찍한 만행’이라 규탄하며 “고인의 위대한 업적은 극단주의자들을 넘어서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