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불륜 알선 인터넷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을 해킹한 해킹그룹이 370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정보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혼자 간 만남을 주선하는 애슐리 매디슨이 임팩트팀이란 해킹그룹으로부터 해킹당한 것이 7월 초. 해킹그룹은 애슐리 매디슨이 자진 폐쇄하지 않을 경우 회원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협박했는데 협박에 그치지 않고 진짜로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미국이 놀랍게 여기는 대목은 1만5000명의 회원이 정부기관과 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워싱턴은 여러 도시 가운데 회원 가입률이 가장 높아 ‘불륜의 수도’임이 입증됐다. 작가 제니퍼 와이너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워싱턴이 불륜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공무원이 불륜 상대를 찾는 데 직장 이메일을 쓸 정도로 멍청하다는 게 미국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번 폭로로 애슐리 매디슨의 속임수 영업 방식도 드러났다. 애슐리 매디슨이 보유한 대부분의 여성 프로필은 가짜였다. 대부분의 남자가 짜릿한 하룻밤을 기대하며 사이트를 뒤진다. 그러나 여자가 턱없이 부족하자 애슐리 매디슨이 가짜 여성회원 정보를 만들었던 것이다. 애슐리 매디슨이 탈퇴를 요구한 회원에게 추가 비용을 받고도 관련 정보를 삭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폭로로 캐나다에 본부를 둔 애슐리 매디슨은 파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애슐리 매디슨 해킹이 가져온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최소한 20만 쌍이 이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부싸움과 이혼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애슐리 매디슨 회원 정보 폭로가 미친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도 진출한 애슐리 매디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지를 받고 철수했다가 금년 간통죄 폐지와 함께 영업을 재개했다. 한국인 가입자는 2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불륜 사이트를 얼씬거린 대가가 제법 클 것 같다. “나 떨고 있니?”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