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한반도 주변국 반응 오바마, 휴가중에 긴급보고 받아… 중국과의 핫라인도 가동한 듯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일 새벽(현지 시간)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가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국무부 등을 중심으로 신속한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각 부처는 한미연합사령부 등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분석해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황을 긴급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번 도발을 감행한 김정은 정권의 불가측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예측하기 어렵다”며 “추가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에 긴장을 장기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번 도발이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첫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인 만큼 오바마 행정부는 도발의 구체적 정황과 배경을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발표 후 거의 5시간이나 지나 국무부가 “북한은 동북아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언행을 자제하라”는 공식 논평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과정에선 미중 간 핫라인도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괴팍한 기질로 인해 정권 차원의 ‘오판’이 나올 수 있고 ‘레드라인’을 넘어 한미동맹 차원의 대응을 촉발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잇단 실정(失政)과 잔학성으로 커진 내부 갈등을 바깥으로 분출시키기 위해 대외 도발을 감행했다”고 분석했다.
CNN 등 주요 언론은 전날 북한 포격에 이어 이날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와 전방 화력 배치를 머리기사로 전하며 “북한의 호전적 언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우려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