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현대 2공장 내부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아반떼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고기정 소비자경제부 차장
현대차가 올해 중국에서 죽을 쑤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2% 줄었다. 알 만한 몇몇 원인들이 있다. 눈에 띄는 건 중국 토종업체들의 약진이다. 기술력은 아직 현대차에 못 미친다. 가격 대비 기술력은 매력적이다. 창안, 지리자동차는 그런대로 쓸 만한 1000만 원대 세단을 내놓는다. 6월 현대차(기아차 제외)와 창안자동차의 중국 점유율은 4.5%로 똑같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한다. 집권 후반기 첫 해외 출장이다. 박 대통령은 대중(對中) 외교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 경도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임 정부가 미국에 치우친 탓도 있지만 경제, 외교안보에서 중국의 역할을 중시해서다. 하지만 2년 반의 대중 외교가 목표한 성과를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에 과도한 기대를 했거나, 상황의 변화에 둔감했던 게 아닌가 싶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 중국이라고 했다. 수출 주력 업종을 중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새로운 산업으로 바꾸라는 조언도 했다. 중국 덕분에 돈 번 기업들이 중국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는 지금, 우리의 대중 경제외교는 여전히 중국 진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의존도를 서서히 낮춰야 할 시점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동남아 투자를 늘려왔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잘 공조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정부가 견강부회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인접국에서 핵을 개발한다는데 어떤 나라가 좋아하겠는가. 중국은 특히 종합국력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 될 때까지는 지역 정세가 안정적이길 원한다. 이게 중국의 주변국 외교의 근간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공조 요청이 없어도 북핵에 강경한 거다.
북핵을 제외하고 나면 북한은 중국이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북한이 없으면 중국은 주한미군과 국경을 마주하고 대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북핵 문제에서는 한중 공조가 있어도 북한 문제에서 양국이 공조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단둥의 바싼(八三) 유류저장고를 통해 북으로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주 기동했던 이동식 스커드미사일 발사차량도 연간 100만 t 안팎의 이 석유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2년 전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했을 때도 한국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우리 정부는 나중에 별도의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주권에 기초한 자주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베이징의 한국 외교관들은 중국 정부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말이지 이 정부 들어 한국이 중국한테서 덕본 게 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고기정 소비자경제부 차장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