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농(創農), 기업이 나선다]<2>발전 공기업
국내 농어업 발전을 위해 발전소도 여러 종류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년째 발전 온배수로 어패류 치어를 키운 뒤 이를 방류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발전소 이산화탄소를 작물 생장에 사용할 설비를 갖춘 전북 익산의 파프리카 농장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한국중부발전 제공
국내에서 발전 온배수를 농업 분야에 공급하는 곳은 남제주화력발전소 한 곳뿐이다. 이곳은 열대성 과일인 애플망고(1.5ha)를 재배하는 농가에 연간 87만6000t의 온배수를 지원한다. 온실을 지나는 온배수가 난방 효과를 내면서 연료비가 기존의 20% 수준까지 줄었다.
한국중부발전은 제주가 아닌 육지에서도 온배수열을 농업 분야에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보령화력발전소에 2017년까지 82억 원을 들여 온배수를 농가에 지원하는 ‘에코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에 온실을 만들고 온배수 난방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열대 과일을 직접 재배하는 사업이다.
중부발전은 내년부터 보령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인근 전북 익산의 한 파프리카 농장에 공급한다.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설비(10MW급)로 모은 다음 기체 상태로 온실에 뿌려 작물 재배에 활용하는 것이다. 온배수와 이산화탄소 모두 기존 발전소에서는 폐기된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두 분야 모두 자체 시험을 끝낸 후 농가들에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배수열의 농업 활용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농식품부는 5월에 4곳의 온배수 및 폐열 활용 사업지를 지정했다. 충남 당진(5ha)의 규모가 가장 크고 이어 경남 하동(2ha), 제주(1.6ha), 전남 곡성(1.3ha) 등의 순이다. 정부는 이곳에 젊은 창농인을 유치해 수출 농업단지를 만드는 아이디어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열대과일 농장이나 화훼농장이 한꺼번에 들어설 경우 국내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해당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열대과일이나 화훼 재배뿐 아니라 뜨거운 열이 필요한 농업 가공공장까지 입주하면 한국형 수출단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업 분야도 온배수 활용
온배수열을 양식업에 사용하면 물고기 경제성이 크게 높아진다. 넙치는 자연 해수에서 100g 안팎까지 자라지만 온배수에서는 600g까지 자란다. 한수원 관계자는 “겨울의 낮은 수온 때문에 양식업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온배수 어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방류하는 어패류는 모두 방사능 영향 분석을 시행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