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美 금융시장 공포감 2011년 이후 최고
2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2% 급락한 16,459.75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틀간 888.98포인트나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19, 20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날 유럽에서도 영국(―2.83%), 독일(―2.95%), 프랑스(―3.19%) 등 주요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3개국 증시 모두 연중 최고점에 비해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최근 중국 경제가 감속(減速)을 시작했다는 지표가 잇달아 나온 데다 상하이증시가 급락세를 거듭하면서 선진국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6% 이상 폭락한 뒤 미국 유럽 증시는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1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09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중국 경기의 하방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추가 정책 없이는 경제성장률 목표인 7%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흥국 위기, 선진국으로 전염”
무엇보다 달러화 강세 기조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겹치면서 신흥국들이 통화가치가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국가 부도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국의 경기 둔화는 미국 유럽 등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에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리먼 브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환경에 놓였다”며 “내년까지 글로벌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금융시장 흐름은 2013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때보다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9월로 기정사실화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기될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