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한국 기업史 명장면 10]<5>GS, 2005년 LG와 계열분리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05년 3월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열린 GS경영이념 및 CI 선포식에서 그룹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GS그룹 제공
구 회장은 허 회장에게 ‘비구상화’ 한 점을 선물했다. 한 달 전 ‘LG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허 회장이 풍경화를 선물한 데 대한 답례였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이 이후 10년간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LG그룹과의 ‘아름다운 이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具)씨와 허(許)씨 집안의 동업은 1947년 LG그룹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부터 시작됐다. 1세대 구인회-허만정, 2세대 구자경-허준구, 3세대 구본무-허창수로 이어지면서 별다른 분쟁 없이 기업을 이끌었다. 2004년 7월 1일 GS홀딩스(현 ㈜GS)가 설립되면서 57년간 이어진 동행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GS홀딩스는 이튿날 이사회를 열어 허창수 LG건설 회장,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 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2004년 초 GS홀딩스 설립 태스크포스(TF)의 일원이었던 GS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십 개 계열사와 주주들이 얽혀 있는 문제를 푸는 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아 오로지 출범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집안이 반세기 이상 동업을 유지하면서 3대째에 이르러서는 100명이 넘는 후손들이 각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완벽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사업영역에 따라 구씨와 허씨 일가 간 복잡한 지분 교환이 이뤄져야 했다. 계열사 간 지분 정리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2012년 11월 LG상사가 GS리테일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그룹 출범 7년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GS그룹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건설 등 15개 계열사로 출발했다. 2004년 기준 자산 규모 19조 원, 매출액 23조 원이었다. GS그룹은 이후 10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10년 만인 지난해 자산 58조 원, 매출액 63조 원으로 성장했다. 또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도 같은 기간 30%에서 54%까지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