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2 고위급 접촉/협상 쟁점은]
회담 이틀째 판문점 향하는 남측 대표단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대표단을 태운 승용차가 23일 이틀째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기 위해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번 접촉에서 남북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즉 협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라는 뜻이다.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과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 나머지는 남북 관계를 둘러싼 다른 현안이다.
한국 측 대표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대북 심리전 방송은 4일 북한이 저지른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며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중단할 수 있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시인,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확약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군사분계선에서의 도발을 막을 남북 간 군사적 신뢰 조치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황병서와 김양건은 북측이 지뢰 및 포격 도발을 벌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의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남북 양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남북 모두 합의점 찾으려는 뜻은 강해
북한은 지뢰 도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목표를 어떻게든 얻어가려 애를 썼다. 김양건은 접촉 도중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남북 관계 개선의 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심리전을 중지하면 그 반대급부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박근혜-김정은 간접 회담
이번 협상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실장과 대북정책 책임자인 홍용표 장관, 북한 군부 1인자인 황병서와 대남·외교정책의 실력자인 김양건 간 2+2 남북 고위급 접촉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이외에 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이번 접촉은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간접 대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남북 간에 극도로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획기적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회담 결과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박 대통령이 직접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