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2 고위급 접촉/지금 北에선]대북소식통이 전하는 북한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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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수압도 해안포문 개방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기 직전인 22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의 북한군 해안포문(점선)이 열려 있다. 북한은 앞선 20일 “22일 오후 5시까지 심리전 방송 중단과 장비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 행동을 개시한다”고 위협했다. 연평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이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에 전격적으로 나오게 된 배경도 김정은이 공언한 ‘48시간 최후통첩’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는 추정이 나온다. 48시간 내에 행동을 하지 않으면 김정은의 권위가 크게 떨어지고, 도발을 한다 해도 한국의 반격에 큰 타격을 입으면 김정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핵심 군 장비 열병식에 동원
북한 소식통은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보다 더 크게 준비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3만 명 규모로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핵심 군 장비들이 총출동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9월 3일 진행하는 전승 70주년 열병식엔 1만2000명의 병력이 참가한다.
소식통은 “열병식에 북한의 최정예 기계화 장비와 전투기 등이 대거 차출됐다”며 “특히 북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의 경우 수량이 많지 않은데 실전에 쓸 만한 차량은 현재 평양으로 상당수 옮겨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열병식 참가 병력도 후방 군단인 함경북도 9군단과 자강도 12군단, 평양시 대학생 중에서 주로 차출됐지만 무력시위 성격의 핵심 장비는 일선 부대에서 차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국지전에 돌입할 경우 부대가 둘로 나뉘고 핵심 장비들을 평양에 차출당한 부대들의 작전 수행능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남한 도발을 위해 열병식 훈련을 중단하고 장비들을 부대에 복귀시킬 경우 북한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노동당 창건 행사는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열병식과 집단체조 관람을 패키지로 묶은 관광상품을 외국인들에게 팔 정도로 당 창건 행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전방 ‘준전시 선포’ 속내는
최근 북한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사는 평양 대동강 쑥섬 10만 m²의 넓은 부지에 짓고 있는 과학기술전당과 미래과학자거리이다. 완공을 앞둔 요즘 수만 명의 군인과 주민들이 동원되고 있으며 군에 공급돼야 할 유류도 공사장에 우선 돌리고 있다.
○ 포병 전쟁 준비 안돼
북한의 포병이 한국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열세인 것도 군사 도발을 망설이게 만드는 대목이다. 북한이 확성기를 포격하고 한국군이 반격할 경우 양측 간에 포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의 포병은 화력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김정은이 한 자주포 대대를 불시에 방문해 전투 상황을 검열했는데, 김정은이 지시한 장소에 3시간이나 늦게 도착했고 목표 근처에 떨어진 포탄은 한 발에 불과했다고 한다. 화가 난 김정은은 해당 대대를 즉시 해산시키고 군단 군관 전원의 별을 하나씩 강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