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층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준기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복강경 수술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많은 초고령층 환자들이 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준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64)는 2011년 12월 15일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시 102세로 대장암 2기 상태였던 고 문귀춘 할머니(2014년 사망)의 복강경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100세 넘는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통상 의료계에서는 70, 80대 환자의 경우에도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수술 진행을 신중히 결정한다. 심폐 능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술 도중은 물론이고 회복 뒤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문 할머니의 경우 고혈압이 있었지만,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없었고 평소 정신도 또렷해 ‘개복 수술은 힘들어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복강경 수술은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 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단일공 복강경을 이용해 대장암 환자의 수술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하지만 김 교수는 당시 환자의 마취 상태에 문제가 없었고, 연령대를 감안할 때 개복 수술은 신체 부담이 크고 감염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복강경 수술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진행했던 3000건이 넘는 대장암 관련 복강경 수술 중 가장 섬세하게 손을 움직였던 수술이었다”며 “총 6시간이 걸린 수술 중 종양 위치까지 도달하는 데만 약 3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수술 뒤 김 교수의 예상처럼 문 할머니는 특별한 부작용 없이 건강하게 회복돼 105세까지 살았다.
김 교수는 “개복 수술에 비해 수술 상처 부위가 적고, 심폐 기능에 부담을 덜 주는 복강경 수술을 활용하면 더 많은 초고령층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더욱 강해졌다”며 “의학의 발전 못지않게 노인들이 건강관리에 철저해지고 있다는 점도 초고령층 환자들에 대한 수술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술 장면을 녹화해 해외 학술대회에서 보여주면 곳곳에서 탄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해외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유치해 복강경 수술을 중심으로 한 한국 의료 수준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