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마케팅, 디자인에서 향기로
향기 담배로 인한 니코틴 의존도가 일반 담배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13년 발간된 국제학술지 ‘어딕션’에 따르면 2013년 미국 5개 주의 83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학생들보다 멘톨 담배로 시작한 청소년들의 니코틴 의존도가 약 1.8배 더 높았다.
이선영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정책기획팀장은 “향기 담배는 담배 특유의 떫고 매운맛을 줄여주는 건 물론이고 독특한 맛과 청량감도 느끼게 해준다”며 “담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특히 젊은 세대와 비흡연자들을 유혹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멘톨, 포도, 오렌지, 사과 같은 과일은 물론이고 커피와 모히토 등 음료수 향기와 맛이 느껴지는 담배들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KT&G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38%가 향기 담배다.
이처럼 판매가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담배에 향을 첨가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는 담배 향기에 대한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멘톨 외의 성분을 궐련담배에 첨가할 수 없게 했고,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멘톨을 포함한 모든 향기 물질을 담배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내용의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담배규제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멘톨을 제외한 모든 향기 물질을 궐련담배에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멘톨도 2020년부터는 첨가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등에서 최근 향기 담배에 대한 규제를 적극 강조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를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담배 제조사들이 그동안 마케팅의 핵심이었던 ‘화려한 담뱃갑 디자인’을 더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향기 담배 마케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관련 규제와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