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처럼 제대로 따라 먹어야 병 호전 약보다 더 중요한 병원식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옛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뜻이다. 음식도 약처럼 제대로 먹어야 병이 호전된다. 잘못 먹으면 먹지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된다.
당뇨 환자에게 좋은 잡곡밥이 투석 환자의 심장을 멎게 할 수도 있다. 고단백식은 화상 환자에게는 약이 되지만,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 중 명절이 지난 후 상태가 나빠져 오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가 음식 때문이다. 병원 치료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처럼 질병을 악화시키는 음식을 멀리하게 하는 데 있다. 병원식은 일반식과 치료식으로 나뉜다.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식은 보통 우리가 먹는 식이를 말한다. 수술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식사를 못 했다면 맑은 미음부터 시작해 미음, 죽, 밥 순으로 구성된다. 개인에 따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빼 주기도 하고, 원하는 반찬을 더 주기도 한다. 씹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고령인 환자를 위해 반찬을 다져 주거나(치아보조식), 죽처럼 갈아 주는(연하보조식) 식이가 있으니 본인의 상태와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환자 중에는 의사 처방대로 약도 잘 챙겨 먹는 등 치료에는 적극적이면서 유독 병원식만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저지방 저염식을 해야 하는 심장 질환 환자가 몰래 나가 기름에 튀긴 치킨을 잔뜩 먹고 오기도 하고, 밀가루를 멀리해야 할 당뇨 환자가 끼니마다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심지어 간경화 환자가 몰래 밖으로 나가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오는 경우도 보았다.
병원식은 그냥 준비된 게 아니다. 내 몸에 맞는 식이를 해야 내 몸도 나아진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병원식은 치료의 연장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