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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간호사의 병원 제대로 알기]병원식은 환자 몸에 맞게 구성된 것

입력 | 2015-08-24 03:00:00

약처럼 제대로 따라 먹어야 병 호전
약보다 더 중요한 병원식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고혈압이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정밀 검사 후 혈압 약을 바꾸고 치료식인 저염식을 먹도록 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입원 내내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원인은 바로 ‘젓갈’이었다. 저염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할머니는 평소 즐겨 먹던 젓갈과 장아찌 등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끼니마다 꺼내 먹었던 것. 병의 치료보다는 입맛의 유혹에 넘어간 거였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옛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뜻이다. 음식도 약처럼 제대로 먹어야 병이 호전된다. 잘못 먹으면 먹지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된다.

당뇨 환자에게 좋은 잡곡밥이 투석 환자의 심장을 멎게 할 수도 있다. 고단백식은 화상 환자에게는 약이 되지만,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 중 명절이 지난 후 상태가 나빠져 오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가 음식 때문이다. 병원 치료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처럼 질병을 악화시키는 음식을 멀리하게 하는 데 있다. 병원식은 일반식과 치료식으로 나뉜다.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식은 보통 우리가 먹는 식이를 말한다. 수술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식사를 못 했다면 맑은 미음부터 시작해 미음, 죽, 밥 순으로 구성된다. 개인에 따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빼 주기도 하고, 원하는 반찬을 더 주기도 한다. 씹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고령인 환자를 위해 반찬을 다져 주거나(치아보조식), 죽처럼 갈아 주는(연하보조식) 식이가 있으니 본인의 상태와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치료식은 치료에 중점을 둔 식이로 질환에 맞게 칼로리, 단백질, 염분 등을 조절한다. 당뇨식, 간질환식(저단백식), 지방조절식, 투석식(혈액투석, 복막투석), 저염식 등이 있다. 전적으로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식이가 구성된다.

환자 중에는 의사 처방대로 약도 잘 챙겨 먹는 등 치료에는 적극적이면서 유독 병원식만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저지방 저염식을 해야 하는 심장 질환 환자가 몰래 나가 기름에 튀긴 치킨을 잔뜩 먹고 오기도 하고, 밀가루를 멀리해야 할 당뇨 환자가 끼니마다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심지어 간경화 환자가 몰래 밖으로 나가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오는 경우도 보았다.

병원식은 그냥 준비된 게 아니다. 내 몸에 맞는 식이를 해야 내 몸도 나아진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병원식은 치료의 연장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