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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타깃된 유럽열차… ‘담장없는 국경’ 도마에

입력 | 2015-08-25 03:00:00

英 제외 26개국 솅겐조약 가입
검문검색 안받고 국경 통과… 무기 지니고도 고속열차 탑승
“테러 막기위해 조약 수정” 목소리




21일 프랑스와 벨기에가 공동 운영하는 탈리스 고속열차에서 테러 시도가 있은 후 유럽 테러 대응 공조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특히 엄격한 보안심사가 이뤄지는 공항과 달리 감시가 느슨한 철도 체계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인이 주로 사용하고 보안이 취약한 철도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대표적인 ‘소프트 타깃(쉬운 공격 목표)’으로 꼽힌다. 이번 테러를 시도한 모로코인 아유브 엘 카자니(26)도 프랑스와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잠재적 위험인물로 지목받아 왔다. 하지만 유력 테러 용의자인 그가 커터 칼, 소총, 권총, 탄창 9개 등 무려 200명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지닌 채 아무런 제재 없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랑스 파리행 고속철에 탑승했다는 점이 충격을 안겼다.

현재 유럽에서 제대로 된 이용자 및 수하물 검사 체계를 갖춘 철도는 스페인의 일부 고속철과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스타뿐이다. 나머지는 감시 카메라, 사복 경찰, 폭탄 탐지견 등 최소안의 보안 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유럽 각국이 특히 불안에 떠는 이유는 이번 테러를 포함해 21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가 모두 철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각각 200명과 57명의 사망자를 낸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테러 모두 도심 한복판의 지하철역에서 발생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매일 4000만 명의 승객이 10만 대의 각종 기차를 탄다. 3000개의 기차역을 보유한 프랑스에서만 매일 각각 300만 명과 100만 명이 교외철도와 고속철을 이용한다. 장샤를 브리자르 프랑스 테러분석센터장은 “카자니가 기차를 선택한 이유도 보안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안보 전문가 베르트랑 모네 씨도 “매일 수백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유럽 철도 체계는 사실상 테러에 무방비 상태”라며 “모든 사람이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은 유럽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하는 국경자유통과협정(솅겐 조약)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995년 발효된 솅겐 조약에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다수,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총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조약 가입국 국민은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가입국을 오갈 수 있으며 여권 없이 자국 신분증만으로도 항공기 등에 탑승할 수 있다.

솅겐 조약 수정 요구도 커지고 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테러 직후 “유럽이 국제열차 내 검문검색 및 수하물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4일 크리스티안 위건드 EU 집행위 대변인은 “조약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탈리스 고속열차 테러범을 제압한 3명의 미국인 스펜서 스톤(23), 앨릭스 스칼라토스(22), 앤서니 새들러 씨(23)와 영국인 크리스 노먼 씨(62)에게 최고 권위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