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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버텨온 신전까지… IS, 무차별 문화파괴

입력 | 2015-08-25 03:00:00

알라 아닌 다른 신 섬긴다는 이유로… 서기17년 세워진 팔미라 신전 폭파




2000년 전 지어진 팔미라 유적지 바알 샤민 신전의 폭파 전 모습. 위키피디아

“우리의 암울한 전망이 불행하게도 현실화되고 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미라 유적지에서 2000년 전 지어진 페니키아의 고대 신전을 폭파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23일 IS가 바알 샤민 신전 내부에 다량의 폭발물을 장착한 뒤 터뜨려 신전을 크게 훼손시켰다며 이같이 통탄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이 신전이 파괴됐다고 확인했다.

영국인 IS 대원 ‘지하디 존’이 동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모습. 동영상 캡처

서기 17년에 세워진 바알 샤민 신전은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의 유일신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바알 신의 신전이다. 바알은 기원전 3000년부터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비와 폭풍을 주관하는 풍요의 신이자 한 손엔 번개를 든 전쟁의 신으로 받들어져 왔다. 바알 샤민은 ‘하늘의 주님’이란 뜻으로 이스라엘이나 아랍의 유일신의 호칭과 같은 뜻이다. IS는 이 신전이 알라가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파괴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신전은 기독교화한 로마제국 시대나 이슬람 제국 시대에도 파괴되지 않고 원형을 지켜왔다.

IS는 5월 ‘사막의 진주’로 불리는 고대도시 팔미라를 점령한 뒤 2000년 된 팔미라 사자상을 파괴하고 서기 2세기에 지어진 원형극장을 처형장으로 쓰며 문화재를 파괴하는 반달리즘 행태를 보였다. 최근에는 40여 년간 팔미라 유적을 돌봐온 82세 고고학자 칼리드 아사드가 숨겨놓은 유물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수하고 시신을 유적지 기둥에 매다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편 IS가 외국인 인질을 참수할 때마다 검은 복면을 쓰고 등장한 ‘지하디 존’으로 알려진 영국인 모하메드 엠와지(27)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3일 엠와지가 검은색 후드티의 모자를 썼지만 얼굴을 드러낸 8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두 달 전 촬영된 것으로 전해진 이 동영상과 함께 전달된 1분 17초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나는 모하메드 엠와지다. 나는 칼리프(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와 함께 조만간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의 참수는 계속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그가 IS에서 탈출했다는 지난달 영국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자료로 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