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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앞 슬금슬금, 美선 무조건 벌금

입력 | 2015-08-25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61>정지신호 지키는 美 운전자들




“뉴욕에서 운전하다가 ‘정지(STOP)’ 신호에서 분명히 섰다가 출발했는데 뒤따라온 경찰이 벌금 티켓을 발부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멈췄는데 억울합니다.”(질문자)

“한국인 운전자들이 많이 범하는 이른바 ‘롤링 스톱(Rolling Stop)’ ‘할리우드(액션) 스톱’을 하셨나 보군요. 속도만 줄여서 서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입니다. 미국에선 스톱 신호에서 완전 정지 후 ‘하나, 둘, 셋’을 천천히 센 뒤 출발해야 경찰 단속을 피할 수 있습니다.”(답변자)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나 파견돼서 일하는 주재원 등을 위한 정보 교환 인터넷 사이트엔 정지 신호를 둘러싼 일화가 자주 올라온다. 신호등과 단속카메라에만 익숙한 한국 운전자들은 정지 표지판에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정착 초기에 정지 신호 위반으로 경찰 단속에 걸리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사거리 교차로에는 신호등 없이 네 방향 모두에 정지 표지판만 세워져 있는 곳도 많다. 이런 교차로에선 정지선에서 멈춘 뒤 먼저 진입한 차량부터 순서대로 지나가야 한다.

정지 신호의 위력은 스쿨버스에서 극명하게 확인된다. 스쿨버스가 학생들을 태우고 내릴 때 차량에 부착된 빨간 등을 깜빡거리고 운전석 창문 바로 아래 접혀 있던 정지 표지판이 펴진다. 이때 스쿨버스를 뒤따르던 차량뿐만 아니라 반대편 방향의 차들도 스쿨버스와 최소 6m 떨어진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 뉴욕 주에선 이를 어기면 1회 적발 때 최소 250달러(약 29만7500원) 벌금을 물리고, 3년 이내에 3회 적발되면 최대 벌금 1000달러(약 119만 원)에 면허정지 6개월 이상에 처해진다. 뉴저지 주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선 ‘보행자’가 곧 정지 신호다. 대기업 주재원 K 씨(48)는 “횡단보도 근처에 행인이 있으면 무조건 일단 멈춰서 그 사람이 길을 건널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 뒤 주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가 경찰 단속을 당한 한국인이 주위에 많다”고 전했다.

올여름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온 한 재미동포(57)는 “미국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지 표지판에선 모든 차량이 반드시 멈춘다’는 믿음을 갖고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건너게 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미국 주재원들은 대부분 “‘정지 신호 준수’ 교통문화만은 한국으로 수입하고 싶다”고 말한다. 몸에 배면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규칙이 없다는 걸 체감하기 때문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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