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 오피니언팀장
북한의 거짓 선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퍼뜨린, 가장 파급력이 컸던 거짓말은 무엇일까? 1950년 6·25전쟁을 남한이 북한으로 쳐들어간 ‘북침’이었다고 한 선전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호전적인 이승만 도당이 북진하자 이를 물리치고 남한을 해방하려 했다는 식으로 6·25전쟁을 알려왔다.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에 따르면 당시 박헌영 외무상은 서울에서 노획한 극비 문서를 북침의 근거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북침설을 전파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서 6·25전쟁 관련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과 마오쩌둥을 번갈아 찾아가 남한 침공을 허락받고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스탈린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겉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는 척했지만 공군을 지원했다. 스탈린은 ‘남한의 공격을 받아 반격했다고 하라’고 지침까지 내려보냈다. 마오쩌둥은 ‘상대가 원자폭탄을 쓰면 우리는 수류탄을 쓴다’며 미군에 맞설 각오를 밝혔다. 이런 후원에 의지해 38세의 김일성이 남한을 전면 공격한 것이다.
미국과 옛 소련이 한반도를 38선으로 나눈 뒤 분단 상태가 어느덧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바깥 세계와 동떨어져 살아온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의 현실은 물론이고 세계의 움직임을 제대로 모르는 점이 안타깝다. 지하에서 유통되는 한국의 드라마나 가요만으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불완전한 지식을 얻을 뿐이다.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북한은 이번에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켜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을 언제까지고 외부 세계와 차단해 골방에 가둬 둘 수는 없다.
남북 주민의 격리 상태가 오래 이어질수록 통합의 과정은 더 힘겹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북한은 개방과 소통을 통해 남북의 이질화를 좁히려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김정은이 이번에 합의한 대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다양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할 것인가, 아니면 골방에 앉아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계속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가 김정은의 본심을 알려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진 오피니언팀장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