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본존불상
편주의 사공인 양 대불은 졸립니다
하 그리 바다가 멀어
깨실 날이 없으신 듯
허공에 던진 원념 해를 지어
밝혔느니
밤이면 명명한 수평
달을 건져 올립니다
진토에 뜨거운 말씀을 솔씨처럼
묻으시고
사모의 깃털 뽑아 보내 논 갈매기는
오늘도 어느 바다
길을 잃고 도는 걸까
무량심 파도로 밀려 무릎까지
오릅니다
빛이 있어라. 아침의 나라에 빛을 이고 오시어 동녘 바다 뜨는 해 받쳐 들고 결가부좌하신 부처님 계시어라. 절과 절이 별처럼 펼쳐지고 탑과 탑이 기러기 떼 날던 저 신라의 서울 경주 토함산 멧부리에 1300년 전 우주를 담은 둥근 돌집 안에 드시어 동해 일출 이마에 받고 사시어라.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인도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불상 가운데서도 더불어 다툴 자 없는 최고 최미의 작품임을 입증하고 있다.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재상 김대성이 착공했다. 혜공왕 10년(774년) 완공되었으며 화강암으로 조성돼 벽면에 39개의 불상이 새겨진 불국정토의 대장엄이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지 1600년, 먼 삼국 고구려, 신라, 백제에 이어 고려까지 천년토록 국교로 다스려왔거니 우리네 몸 속 어디, 살아온 자취 어디 부처의 말씀과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설악 큰 절의 조실인 무산 조오현(霧山 曺五鉉) 시인이 우러른 ‘석굴암 대불’은 화두(話頭)를 지고 오랜 면벽(面壁) 끝에 섬광처럼 꽂혀오는 법어(法語)가 아닌가.
삼 수 시조의 첫 수의 초장은 ‘토함이 떠갑니다 동해 푸르름에’로 열고 둘째 수 종장에서 ‘진토에 뜨거운 말씀을 솔씨처럼 묻으시고’로 받치고 셋째 수 종장 ‘무량심 파도로 밀려 무릎까지 오릅니다’에서 대불은 토함산 돌집에서 저잣거리에 내려와 산도 되고 물도 되고 할머니도 되고 사공도 되어 그저 넉넉하게 고해의 바다를 건너는 등불을 밝히고 있음을 알겠네라.
이근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