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아트큐브 그룹전 ‘서머 러브’
윤정희 씨(37)의 ‘비커밍 15’. 가는 구리선을 뜨개질하듯 엮어 중첩시킨 폭신한 질감의 구형 설치물이다. 송은문화재단 제공
설립 5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가 16명의 조각, 드로잉, 사진, 설치, 영상 등 미공개 최근작을 선보인다. 작품 43점이 빽빽함과 헐거움 사이 어디쯤의 공기를 이루도록 3개 층 전시실에 영리하게 안배해 걸었다.
모든 전시실 한쪽을 관통하는 보이드(void·수직으로 뚫린 공간) 벽면에는 김재범 씨(39)의 7.5m 높이 프린트물 ‘부절절한 만남’이 걸렸다. 말레이시아를 찾았다가 온몸에 검은 부르카를 두른 채 형형색색의 화려한 신발과 가방을 든 여성들을 보고 착안했다. 부르카를 판매하는 사이버쇼핑몰 웹 페이지 디자인. 발칙하지만 흥미롭다.
캔버스 한가득 빽빽하게 온갖 꽃을 채운 아크릴화는 김지선 씨(29)의 신작이다. 화려한 색채로 섬세하게 그렸지만 색도 형상도 현실 속 꽃의 모습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가득 채운 붓질 너머를 궁금하게 만든다. 최병석 씨(34)의 설치물은 고문 기구나 치과 의자를 연상시킨다. 가죽을 재단해 유아용 신발을 만드는 기구를 작품으로 내놓고 그 기구로 만든 신발을 전시실에서 판매한다. 인물과 풍경 사진 위에 모델의 심상을 텍스트로 바느질한 김진희 씨(30), 고향 바다의 소리와 불빛을 전시실에 재현한 부지현 씨(36). 모두 지금보다 내일이 궁금해지는 작가들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