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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신당 9월 중 개문발차(開門發車)”

입력 | 2015-08-26 14:05:00

[신동아 9월호/정가 이슈]
야권發 ‘빅뱅’ 카운트다운
● 장세환 “전·현직 의원 3~4명 9월 초 신당 참여 선언”
● 정동영, 고향서 칩거…신당 합류한다면 맨 마지막?
● 천정배 신당, 박지원·김민석과는 같이 안 간다?
● 염동연 “국민의 바람은 새 인물, 새로운 정치결사체”




8월 5일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빈소. 천정배 의원(무소속)이 나타나자 문상을 와 있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반갑게 맞았다. 공교롭게도 정세균, 우윤근, 우원식 등 범친노(汎親盧)로 분류되는 의원이 많았다. 잠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취재 중이던 기자들의 이목은 천 의원에게 집중됐고, 곧이어 신당과 관련한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그동안 천 의원은 “아직 (신당 창당을) 결심하지 못했다”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8월 말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게 전부다.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레토릭(修辭)을 구사해온 것. 신당 창당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천 의원의 답변은 이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 만드는 데 행정적으로 한 달 남짓이면 된다고 하지 않나. 내년 총선까지 아직 많이 남았으니 시간이 촉박한 게 아니다. 신당을 만들 수 있는 요건을 갖추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라는 민심의 압력도 크고,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다. 착실히 준비하면 잘되리라 생각한다.”

여전히 모호했다. 열심히 준비하고는 있지만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못할 수도 있다는 퇴로를 남겨둔 것이다.

분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새정연 내 비노(非盧)계 의원들의 태도도 어정쩡하긴 마찬가지다. 사흘 후인 8일 ‘야당의 심장부’ 광주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주승용, 김동철 등 호남지역 의원 17명이 모였다. 모두 비노계로 분류되는 이들이라 문재인 대표와 친노진영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박준영, ‘신민당’ 창당?


하지만 참석 의원들은 문 대표의 리더십과 당 운영에 대해 성토하면서도 분당이나 신당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 혁신위원회(김상곤 위원장)가 최종 혁신안을 내놓을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이는 분당을 위한 명분 쌓기보다는 혁신위와 친노계에 대한 압박용에 가깝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선 ‘천정배-정동영 연대설’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연대 복원설’ ‘천정배-유승민 연대설‘ 등 갖가지 실체 없는 소문과 추론만 난무한다. 일부에선 8월 19일 피선거권을 회복한 김민석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점친다.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얘기다.

이런 와중에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새정연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전 지사가 당명을 ‘신민당’으로 정하고 8월 말 창당 선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지만, 박 전 지사 측에서는 “그런 내용을 검토한 것은 맞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며 한발 뺐다. 신당을 만들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천 의원이 8월 말 밝히겠다는 신당 구상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천정배 지지세력 주축

천 의원의 신당 구상을 다듬는 곳은 염동연, 이철 두 전직 의원이 중심이 돼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사무실. 두 사람은 지난 4 · 29재 · 보선 당시 함께 천 의원의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염 전 의원은 동교동계 출신이면서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정무특보를 맡는 등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정·관계에 발이 넓다. 신당에 참여할 참신한 인물들을 찾아 끌어들이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물 영입 작업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걸까. 여의도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염 전 의원은 의외로 신당 창당 작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8월 말이나 9월 초 ‘개문발차(開門發車)’ 한다. 아무리 늦어도 9월 중순은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 작업을 마칠 수 있다.”


▼ 어떤 이들이 참여하나.

“지난번 재·보선 때 천정배 의원에 대해 지지선언을 한 분들이 주축이라고 보면 된다. 정계뿐 아니라 경제계, 학계, 관계 등 각 분야에서 국민에게 신망이 높은 분들이다. 크게는 원로그룹, 정무파트, 정책파트 등으로 나뉘는데 각 분야 전문가라고 보면 된다.”

지난 재·보선 당시 광주지역 재야원로 29명과 김종배, 신중식, 유원일, 조재환, 채일병, 홍기훈 등 전직 민주당 국회의원 6명, 광주지역 일부 시·구의원 등이 천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신당 창당 작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원로그룹엔 기존 원로 정치인들도 포함되나.

“지금 국민은 새 인물, 그리고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원한다. 이런 분들이 멋지고 아름다운 정치로 새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다.”

▼ 새누리당 출신인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변에서 두 전 의원을 신당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건 사실이다. 내가 직접 접촉한 적은 없고 내부에서 접촉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분들의 의사를 전해 들은 바는 없다. 개인적으로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다.”

안철수 · 김한길의 선택

▼ 새정연의 김한길 · 안철수 두 전직 대표와는 접촉한 적 없나.

“그런 적 없다. 그분들은 나오라고 해서 나올 분들이 아니지 않나.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분들이다. 전해 듣기로는 안 전 대표가 막차 타고 (당을)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 정도를 두고 같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신당을 못 만든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문을 열어놓은 채 출발(개문발차)하는 거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그 뜻에 부합한다면 누구라도 언제든지 올라탈 수 있다.”

▼ 두 사람의 합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가.

“(새정연) 내부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신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이미 자기 갈 길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더라.

“광주시민들이 지난 재 · 보선에서 천정배 의원을 선택한 것은 광주 · 전남지역의 새 인물로 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북지역도 이제 새로운 정치적 미래를 위해 중앙에서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키워야 한다. 전북지역 말고 정동영 전 의원의 말을 듣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과의 연대설도 나온다.

“민주당이라는 간판은 좋지만 그렇다고 같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 전 의원도 이미 과거의 정치인이다.”

염 전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천 의원의 신당 구상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나 김민석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은 배제했다는 이야기다.

전북 전주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세환 전 의원도 최근 천 의원이 자주 접촉하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장 전 의원은 천 의원의 신당 창당 일정과는 별도로 전 · 현직 의원들의 세를 규합해 신당 창당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장 전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를 포함해 전 · 현직 의원 3~4명이 9월 초 새정연을 탈당해 신당 참여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文, 사심 없다면 물러나야”


▼ 천 의원 측과 사전에 조율한 것인가.

“그건 전혀 아니다. 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더 이상 남아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돼 우리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천 의원 측의) 신당 창당 일정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공교롭게 시기가 앞뒤로 이어질 것 같다.”

▼ 천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나.

“자주 통화하고 만나기는 하지만 신당 창당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 신당 창당 준비는 당산동 캠프에서 추진하지 않나. 사실 신당을 만든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천 의원도) 그동안 애매한 태도를 보인 것 같은데, 다행히 유능한 신진 인사를 많이 확보했는지 최근에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 당내 비노계 의원들이 얼마 전 광주에서 모여 혁신위의 혁신안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혁신위가 문제의 본질에는 가지도 못하고 곁가지만 붙드는데 제대로 된 혁신안이 나오겠나.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대표에게 있다. 4·29재·보선에 참패했으면 최고책임자인 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지,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들만 문책성 경질을 하는 게 말이 되나. 당직자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당 혁신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 원인부터 규명해야 하고, 그러려면 당 대표가 먼저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혁신위가 뭐라고 했냐면 ‘내년 총선 이후 물러나라’고 했다. 그게 말이 되는가. 문 대표가 안 물러나는 것은 내년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전북지역 의원들 만나서 사심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정말 그렇다면 물러나야지.”

정계개편 ‘빅뱅’?


▼ 신당 창당이 야권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이제 이념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가치다. 그걸 위해서 각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을 많이 영입한다면 그 당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야권 재편은 불가피하지 않겠나.”

염 전 의원과 장 전 의원, 두 사람의 이야기대로라면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중순 이전 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최소한 3~4명의 새정연 전·현직 의원이 탈당해 신당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건 새정연 혁신위의 혁신안 발표 예정 시점이 9월 중순으로 겹친다는 점. 만약 최종 혁신안이 비노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규모 탈당에 이은 ‘빅뱅’에 가까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전 의원은 정동영 전 의원과 전주고 동창으로 가까운 사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재·보선 당시 관악을에 출마했다가 패배한 직후 중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고향 전북 순창에서 칩거 중이다. 장 전 의원은 얼마 전 고교 친구들과 함께 순창으로 정 전 의원을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주로 감자(순창 특산물)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만 했다. 정치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지금 정동영 처지에서 정치를 이야기하면 안 하느니만 못할 거다. 먼저 정치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면 못하게 말렸을 텐데, 이심전심 통했던 것 같다.”

▼ 정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나.

“정동영을 여전히 ‘전북의 맹주’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지역 민심을 보면 그렇지 않다. 정치 복귀는 내년 총선 임박해서나 가능할 텐데, 그때 나와도 지역에서 비판을 많이 받을 것이다. 다만 정동영만큼 무게가 있는 정치인이 전북지역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인물론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해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호남지역 영입 대상 7~8명뿐


▼ 정 전 의원의 신당 합류 가능성은.

“당분간은 정치적으로 자숙해야 하지 않겠나. 만약 신당에 합류한다면 아마 가장 나중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호남지역 의원 중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얼마나 되나.

“그리 많지 않다. 한 7~8명? 나머지 의원들은 새정연에서도 다시 공천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현역 의원들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안 좋다.”

▼ 신당 창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전망한 의원이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과는 (신당을) 같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박 의원은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적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조만간 만나는 자리에서 일단 이야기는 꺼내보려고 한다.”

박 의원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고, 또 내년 총선 때 자신의 오랜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서 출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신당과의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민석 전 의원은 “정치와 관련해서는 아직 뭐라 말할 처지가 못 된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