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한국의 장수 브랜드 10]<5>대상 ‘미원’
1956년 대상은 국내 최초의 조미료인 미원(사진 왼쪽)을 개발해 출시했다. 미원은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했다. 대상 제공
요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미원’은 묘한 힘을 준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미원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음식을 만들어도 완성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맛도 어딘가 모르게 밍밍한 것 같다. 반대로 요리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여자가 화장하듯 실력을 감출 수 있는 무기가 되곤 한다.
1956년 대상은 국내 최초의 조미료인 미원을 개발해 출시했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며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마법의 가루’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에는 ‘미원을 조금씩 넣으면 음식 맛이 달라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미원이 없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도매상들이 공장 앞에 줄을 서서 물건을 타 갈 정도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하게 판매됐다. 1990년 미원은 1140억 원어치가 팔렸는데 이 중 해외에서만 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미원은 전 세계에서 2892억 원의 매출(해외 1887억 원)을 기록했다.
장기간 뜨거운 사랑을 받은 만큼 위기도 있었다. 1963년 경쟁사인 CJ제일제당이 ‘미풍’을 출시하면서 사은품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풍이 무채칼을 사은품으로 내걸면 미원은 고급 비치볼 등을 증정했고, 미풍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열자 미원은 금반지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미원은 발효조미료 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원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지금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감칠맛미원’에서 ‘발효미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감칠맛을 담았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했다”며 “소비자들에게 계속 새롭게 변화된 미원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