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그제 새누리당 연찬회 만찬에서 “제가 ‘총선’이라고 외치면 의원님들은 ‘필승’을 외쳐 달라”며 건배사를 제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개입 발언”이라며 정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을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내년에는 (경제성장률) 3% 중반 정도에 복귀할 수 있게 해 (당의) 총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다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무위원들이 여당 행사에서 ‘총선’을 입에 올린 것부터 잘못됐다. 특히 정 장관은 선거 관리의 주무 장관인 데다 내년 총선 출마설까지 나돌아 건배사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연찬회에서 장관 특강을 들은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정 장관의 부적절한 건배사 제의에 제지는커녕 화답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 안보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 “여당이 총선에만 온통 정신이 팔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새정치연합도 남의 잘못을 비판하려면 자신의 허물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북의 도발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던 22일 지역구(경기 오산)의 호남향우회 회원들과 전북 부안군 해수욕장으로 야유회를 간 자리에서 김종규 부안군수에게 “노래하면 부안에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고 말했다. “간사가 되니 장관도 굽실거리고…권력이 무엇인지 알겠다”고까지 했다니 그런 의원이 어떻게 ‘쇄신파’를 자처하는지 모르겠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한명숙 전 의원의 유죄 판결과 임금피크제 수용을 촉구한 이동학 혁신위원을 ‘매도’하는 편협함마저 보였다. 젊은 혁신위원의 쓴소리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이 무슨 혁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