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부유층의 원정 출산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 임신부들의 원정 출산이 근심거리다. 올해 3월 국토안전부와 국세청 등 합동수사단은 로스앤젤레스 등의 고급 아파트를 급습해 기업화한 중국 중개업소 단속에 나섰다. 원정 출산 패키지 비용이 4만 달러에서 8만 달러를 호가하는데도 중국 임신부들에게 인기가 높단다. 미국은 부모 국적과 상관없이 자국에서 태어나면 ‘출생 시민권’을 준다. ‘시민권 선물’을 위해 외국에 가서 낳은 아기를 ‘앵커 베이비(anchor baby)’라고 부른다. 자녀가 부모의 합법적 체류를 돕는 ‘닻’ 노릇을 한다는, 조롱의 의미를 담은 말이다.
▷요즘 미국 대선의 경선 후보들 사이에서 ‘앵커 베이비’가 뜨거운 이슈다. 공화당 경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출생 시민권’ 폐지를 주장한 데 이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시아계 원정 출산을 콕 집어 비판했다.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지만 멀쩡한 젭 부시는 원정 출산이 아시아인에게 빈발하는 것으로 왜곡해 역풍을 불렀다. ‘앵커 베이비’ 출산은 중남미계 불법 체류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