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작가 줄리언 반스 신작 ‘눈을 뜨고 예술을 본다’
영국의 대표적인 지성 작가 줄리언 반스의 신작 ‘눈을 뜨고 예술을 본다’는 위와 같은 구절로 시작된다. 플로베르 같은 거장의 예술 앞에 대부분은 침묵을 지키게 된다고 했지만, 반스는 이 에세이 모음집을 통해 자신은 위대한 예술 앞에 절대 침묵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이를 평가했던 당대의 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예술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설명한다.
마네의 ‘올랭피아’가 1865년 처음 살롱에서 출품되었을 때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기존 누드 작품의 특징(여성 나체의 아름다움과 그 유려한 곡선에 주로 치중한)과는 달리 올랭피아는 여성의 몸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사실적인 화법을 썼다. 게다가 마네는 그 당시 유행했던 루벤스 스타일의 투명하게 여러 번 겹쳐 색칠하는 기법 대신에 불투명한 채색법을 적용했다. 사람들은 이를 천박하고 저속한 작품으로 여겼고, 올랭피아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매달린 채로 공개됐다. 에드몽 공쿠르(프랑스의 유명 비평가이자 작가)는 올랭피아를 보고 ‘농담, 농담, 농담이야’라고 외쳤다고 한다.
평가는 언제나 변화하기에 반스는 예술가의 행위나 활동도 예술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위대한 예술이라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중에게 흥미와 관심을 일으켜야 한다. 그가 책에서 말하듯 예술은 단지 삶의 스릴이나 흥분을 포착하고 그를 표현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은 스릴 그 자체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에서 다룬 들라크루아, 마네, 세잔, 브라크 같은 이들이 대부분 프랑스 화가라는 점이다. 하지만 영국 작가인 반스가 프랑스 화가들을 찬미하는 것에 영국인은 큰 반감을 가지지 않는 듯하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예술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하며 지식 전달에 치중하면 독자가 지루해하고, 개인적 감상에 빠지면 일기처럼 평범한 글이 되고 만다’며 ‘반스는 이런 균형을 정확하게 잡아냈다’고 평했다. 작가 로마 턴은 “반스는 화가적 재능을 가진 작가다. 그의 글은 마치 하얀 도화지에 그려지는 그림처럼 읽힌다”며 유려한 글솜씨를 칭찬했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