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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유종]보츠와나의 反부패

입력 | 2015-08-27 03:00:00


이유종 국제부 기자

보츠와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쪽에 있는 인구 215만 명의 내륙국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7757달러였다. 아프리카 부국이라는 남아공(6477달러)보다 많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따지면 무려 1만8825달러에 달한다. 아프리카에서 최상위권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12월 전 세계 175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조사한 결과 보츠와나는 100점 만점에 63점을 받아 31위를 기록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점수다. 55점을 받아 43위에 오른 한국보다 높다.

보츠와나가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70달러. 1970년대 중반까지도 영국에서 원조를 받아야 예산 편성이 가능했다. 영국 유학생 출신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는 경제성장을 추진하려면 민주주의와 함께 공직자들의 청렴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검은 대륙의 많은 국가들은 대부분 자원이 풍부할수록 성장이 어려워지는 ‘자원의 저주’를 겪고 있었다. 석유와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벌어지기 일쑤였고 독재자가 들어선 국가에선 부패가 만연했다.

카마 대통령은 ‘자원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 카마 대통령은 위반자에 대해 추호의 관용도 허락하지 않았다. 부패 사실이 발각되자 자살까지 하는 장관들이 나올 정도였다. 강력한 반부패 정책 덕분에 보츠와나는 독립 이후 30년 동안 연평균 10%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카마 대통령의 청렴정치는 다음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2대 대통령인 퀘트 마시레 대통령은 1994년 9월 대통령실 직속으로 부패사범을 적발하는 부패와 경제범죄이사회(DCEC)를 설치했다. DCEC에 체포, 수사는 물론이고 영장 없이도 범법자를 잡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2000년 초에는 옴부즈맨실을 설치해 행정실책, 부정 등의 신고와 고발을 받았다. 2010년에는 돈세탁, 테러리즘, 불법 마약 운반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부서까지 설립했다.

한국 사회도 과거보다는 훨씬 깨끗해졌다. 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의 비리는 여전하다. 철도부품업체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박기춘 의원은 지난해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으며 순식간에 막대한 금품을 챙겼다가 현역 의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속됐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부패를 척결하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CP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0점 정도만 돼도 연간 경제성장률을 최대 1.4%나 올릴 수 있다. 반부패만 추진해도 더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부패 척결은 보츠와나처럼 강력한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의 반부패 선진국 보츠와나로부터 그런 노하우를 한 수 배워야 할 때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