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 28일 종영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4’의 최종 결승전에 출전하는 송민호의 준결승 무대. 28일 종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방영 내내 결과 사전 유출, 여성 비하 가사, ‘디스’ 랩 등으로 논란을 불렀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중징계를 받았다. CJ E&M 제공
최종회는 우승자의 노출을 방지하고 결승전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실력 있는 신예 래퍼와 힙합 프로듀서가 한 팀을 이뤄 공연하고 관객으로부터 거둔 공연료가 적은 쪽이 탈락하는 오디션 형식이다.
2012년 방영된 시즌1의 평균 시청률은 0.5%(닐슨코리아 기준)로 당시에는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나 회자된 ‘비주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3부터 시청률이 크게 올라 1%대 중반을 오르내리더니 6월 26일 처음 방영된 시즌4의 평균 시청률은 2.1%(최종회 제외)를 기록했다. 시청률 수치가 매우 높진 않았으나 젊은층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가 됐다. 시즌4에서 발표된 곡들은 ‘무한도전 가요제’ 곡들과 함께 온라인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B급 문화였던 힙합이 대중문화의 새로운 흥행 코드로 떠오른 셈이다. 힙합을 향유하는 연령대가 다양해져 시즌4의 연령대별 시청률은 20대 여성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프로에선 자기 자랑이자 과시를 뜻하는 힙합 문화인 ‘스왜그(swag)’가 상대를 깎아내리는 디스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설사 디스를 한다 해도 여성 같은 약자 비하가 등장한 것 역시 힙합 문화의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욕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에 빗대 이 프로를 ‘쇼미더막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 14일 방영된 참가자 인크레더블의 ‘오빠차’는 욕설이나 디스 없이 오빠가 차를 뽑았다는 가사로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연예팀 관계자는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는 힙합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대중매체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가 되는 대목을 비프 음이나 모자이크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돌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고 랩을 하는 장면과 자막을 편집에서 거르지 않고 내보낸 제작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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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록’ 힙합은 왜 인기인가
힙합은 21세기의 록이다.
20세기 국내 초중고교 교실에서 해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메탈리카, 너바나에 대해 토론하며 어린 음악 마니아들이 꿈을 키웠다면, 요즘 책상 위 화제는 켄드릭 라마나 빈지노, 블랙넛이다. 그들은 전기기타와 앰프 대신 커다란 헤드폰이나 턴테이블, 마이크를 원한다.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 메타는 원래 ‘록 키드’였다. “고교 때 저도 친구들과 세계 3대 기타리스트를 두고 토론했어요. 근데 힙합을 들으면서 다른 세계를 체험했습니다.” 그는 “힙합의 출발점을 빈곤과 저항으로 도식화하기도 하지만, 힙합은 사실 미국에서 태동할 때부터 젊은이가 열광할 만한 새롭고 ‘쿨’한 음악, 멋을 최고로 치는 음악”이라고 했다.
MC 메타는 “1980, 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소비할 거리가 되는 마니아 음악은 록뿐이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에 한둘씩 래퍼가 있고 미디어에서도 래퍼를 많이 다룬다”면서 “MR(미리 녹음된 반주 음원)와 마이크만 있으면 공연이 가능하다는 편리성도 있다. 요즘 대학 축제 출연진을 보면 록 밴드 자리에 래퍼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랩은 분노나 욕망을 또래들의 적나라한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산다”며 “일부 지나치게 파괴적인 랩의 인기는 우리 사회가 욕구의 정상적 실현이나 해소가 안 되는 신경증적 상태에 있다는 걸 방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