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64>美 ‘레이디스 퍼스트’
뉴욕 맨해튼 식당에선 거의 예외 없이 여성 손님의 주문을 먼저 받고, 음식 서빙도 여성부터 먼저 한다. 엘리베이터나 버스, 지하철을 탈 때에도 옆에 여성이 있으면 할머니이든 젊은 여성이든 상관없이 먼저 탈 것을 권한다. 외국 생활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승용차에 타고 내릴 때는 문을 여닫아 주며 돕는 등 ‘레이디스 퍼스트’가 생활 속에 배어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단지 서양식 문화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간 문화 교류의 미덕이 ‘좋은 점을 익혀 자기 공동체의 자양분’으로 삼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문화다. ‘레이디스 퍼스트’ 정신에 숨어 있는 의미가 단순하게 ‘여성을 보호하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 환경에서 불편할 수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더 나아가면 여성이나 약자에 대한 혐오를 예방하는 인권 보호 장치로서도 의의가 있다.
고려대 김수한 교수(사회학)는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베풀면 자신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레이디스 퍼스트’ 같은 문화의 정착이 가능하다”며 “개인의 노력과 국가적으로 신뢰 지수를 높이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공동체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